"야가 왜 이런다냐, 아 야야 나 급하다 놓아라".
"싫어, 기타 사준다고 약속해야 놓아줄꺼야. 아무데도 못 가.".
"우리 형편에 기타 살 돈이 어디 있다냐".
"그런데 무슨 돈으로 동생은 공기총 사준다 했는데?".
"......"
"거 봐, 할 말 없지? 나도 기타 사 줘."
"다리 놓고 이야기 하자, 나 지금 정말 급하다."
"싫어, 기타 사주겠다고 빨리 약속해."
새벽마다 아버지 다리를 붙들고 떼를 썼다.
그 날은 결코 아버지 다리를 놓치지 않겠다고 각오를 단단히 했다.
결국 아버지가 항복을 했다.
"알았다. 사줄테니 놓아라. 옷에다 볼 일 보겠다."
기타를 사달라는 내 요구는 터무니 없는 것이었다.
필요한 것도 아니었고 갖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없다.
그저 심통부리기 위한 수단이었다.
논도 팔고 밭도 팔아 대학에 보내기는 했지만 아버지는 내 공부에 관심을 보이진 않았다.
그런데 남동생에게는 달랐다.
성적이 오르면 보상을 하겠다는 약속까지 하였다.
공기총이 바로 그것이었다.
아들과 딸을 차별하지 않겠다고 하고선...아들에게 특별대우를 하다니...
그래서 공기총에 필적할 만한 것으로 생각해 낸 것이 기타였다.
가난한 농사꾼 아버지에게 기타는 어떤 의미를 가진 것이었을까...
우리 아버지가 그전에 기타를 본 적이 있기나 했을까...
그런 기타를 사준다고 약속하다니...
가난한 농사꾼 아버지에게 기타를 사줄 돈이 없는 것은 나도 알고 있었다.
약속을 지키라고 할 맘도 없었다.
동생에게 공기총을 사준다는 말을 더 이상 하지 않는 것으로 충분했다.
결혼 후 십일년 만에 얻은 첫딸, 그리고 딸 딸 딸 끝에 간신히 얻은 아들, 그 아들에 대한 사랑을 시샘하였다.
아버지는 그 시샘을 야단치지 않고 이해하여 주었다.
아들 딸 차별이 너무도 당연시 되던 때였는데...아버지는 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