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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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훼방과 응원


BY 낸시 2017-06-14

처음 식당 주변에 꽃밭을 시작할 때 고개를 흔드는 사람이 많았다.

주말마다 주정뱅이 수천명이 비틀거리고 다니는데 꽃밭이 살아남겠냐...나이 지긋한 경찰 하나가 그런다. 

18년을 도시 공원과에서 그 지역에 꽃밭을 조성해 보려고 노력했는데 허사였다...시에서 일한다는 여자가 그런다.

안된다는 말에 기가 죽기보다 나는 오기가 발동하는 사람이다.

그래...한번 해보지 뭐.

 

고개를 흔든 사람들이 괜히 그런 것이 아니었구나...알았다.

꽃과 나무를 심기만 하면 뽑아다 파는 노숙자가 생겼다.

아예 좌판을 벌여 꽃파는 사람으로 알려졌더란다.

뽑아가지 못하게 나무와 나무 사이를 쇠사슬로 묶었다.

그랬더니 하나를 뽑으면 줄줄이 사탕으로 뽑혀나와 가져가진 못해도 땡볕에 말라죽는다.

경찰서에 찾아가 제발 꽃도둑을 잡아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주정뱅이 수천명이 비틀거리고 다닌다는 말도 실감이 났다.

주말이 지나고 나면 심어둔 풀꽃들이 그 발길에 초토화가 되었다.

고민 끝에 식당에서 쓰고버리는 대나무 젓가락을 꽃과 꽃 사이에 촘촘이 꽂기 시작했다.

특히 많이 밟고 다니는 곳에는 가시가 억센 유카나 선인장을 심었다. 

꽃을 꺾어가는 이도 부지기수다.

애교로 봐주기도 하고 열나면 쫒아가 삿대질을 하고 싸우기도 하였다.

똥싸고 오줌싸는 노숙자들도 많다.

눈에 띄기만 하면 내가 얼마나 악질인지를 보여주었다.

내가 기르는 개도 똥 오줌은 가린다. 이 개만도 못한 인간아...소리지르는 것은 기본이고 몸싸움도 불사한다. 

 

하지만 훼방보다 응원이 더 많았다.

식당 문을 열기도 전에 주요 일간지 경제면 표지에 꽃밭에서 밀집모자를 쓰고 일하는 사진과 함께 기사가 났다.

버려진 땅에 꽃과 나무를 심는 여자가 있다.

순찰을 도는 경찰 하나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며  한손을 올렸다 내렸다 구호를 외친다.

뭐라고 하는거야...궁금해서 나가보니 경찰이 외치는 구호가 우리식당 이름이다.

물을 주라고 꽃밭에 수도를 설치해주고 물값은 시에서 낸다고 하였다.

시유지에 불법으로 조성한 것이었는데  시에서 서류를 들고 찾아와 그 꽃밭을  합법적인 내것으로 만들어 주었다.

꽃을 꺾고 밟고 휴지를 버리는 사람도 있지만 나 대신 그런 사람들을 야단치고 대신 싸워주는 사람도 생겨났다.

'저 숙녀분이 꽃과 나무를 가꾸기 위해 얼마나 애쓰고 있는지 보이지도 않냐?'...내 귀에 들린 말이다.

크리스마스엔 수표 선물도 받았다.

주변에 건물을 많이 소유한 사람이었는데 내 덕에 건물가치가 올라갔더란다.

자기 눈을 호사시켜준 댓가를 지불하고 싶다며 싫다는데 굳이돈을 주고 달아난 사람도 있다.

노숙자들 끼리 우리 식당 화장실은 쓰지말자 물도 얻어 먹지말자...약속을  하였다 했다.

행여, 우리 영업에 지장이 생기면 안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니...감동이다.

주변에서 일식당을 하는 이는, 같은 코리안이라서 너도 고맙다는 말을 들었다 했다.

수 많은 신문과 잡지에 기사가 나고, 티비에도 두번이나 얼굴을 비추고 상도 받고 나름 유명인사가 되었다.

 

꽃밭이 얼마나 이쁘면 그럴까...그런 오해가 생길 수도 있겠다.

사실 그런 것은 아니다.

전문적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더구나 낯선 토양과 기후에 실패도 수두룩했다.

사람을 사서 쓸 형편도 아니고, 꽃과 나무를 원하는 대로 사다 심은 것도 아니다.

가끔 남편이 도와주긴 했지만 여자 혼자 땅을 파고 심고 가꿀 수 있는 면적이 얼마나 될까...

하지만 십여군데 자투리 땅에 조성된 어설픈 꽃밭을 보고 사람들이 보여 준 반응은 놀라웠다.

나는 그저 좋아서 한 짓이었는데...

꽃과 나무에 미쳐보자고 작정한 것은 정말 잘한 짓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