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에 당첨 되다
토요일 저녁 우연히 복권방 앞을 걷게 되었다. 결코 계산 된 일은 아니었다. 길게 줄을 선 무리를 가로질러 귀가를 하다가 순간적인 유혹에 빠졌다. ‘오랜만에 복권이나 하나 사 봐봐?’ 오늘이 토요일이라는 것도 성미 급한 나에겐 복권을 사야 할 이유가 되기도 했다. 토요일 저녁이면 로또복권을 발표하걸랑.
언젠가 복권으로 백만 원의 행운을 얻은 경험이 있기는 하지만, 왠지 ‘복권당첨’을 원하는 건 죄를 자초하는 것 같아서 복권을 자주 사지는 않았다. ‘황소가 뒷걸음치다가 얻은 행운’이지 싶기도 했다. 간혹 유혹에 빠지면, 그 누군가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얼굴을 가리고 구입을 하곤 했었다. 오늘은 왜 복권을 사고 싶어졌는지 나도 알 수가 없었다.
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끝낼 때까지, 복권을 산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휴대폰을 살피는 습관이 복권을 발견하게 했다. ‘14, 16, 18, 27…. 에구 그럼 그렇지. 될 리가 있나. ’‘가만 있자. 네 개의 번호가 맞으면 뭐지?’ 4등이다. 이거 등수에 드는 거 아냐? 핸드폰을 열어 상금을 찾아본다.
케케케. 오만 원. 오만 원의 상금이다. 아~! 하나만 더 맞았더라면 몇 십만 원, 아니 백여만 원의…. 말해 무엇 해. 두 개만 더 맞았으면 40여억 원이 굴러 올 것을. 케케케. 사람의 욕심이란 한이 없다. 아서라. 내 복은 요기까지 인 것을. 오천 원을 오만 원으로 튀겼으니 감사하자. 그게 어디야?
그러나 복권방 앞에 선 나는 마음이 바뀐다. 이제 시작 되었으니 다음엔 더 큰 행운이 오지 않을까? 오 만원 어치 다 사? 하나로 ‘작은 것이라도 건졌으니 열 장을 사면 기회는 더 많겠지. 일등도 하고 이등도 하고 삼등도 해 볼까나? 이왕이면 사등도 하자. 케케케. 나, 금방 부자 될거 같으이. 토요일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
보림아~!
할미 사주팔자에 ‘말년이 유복하다’더니 그 말이 거짓이 아니길. 푸하하. 속 보이네.
미국 <자동차박물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