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 맞지 않는 톱니바퀴로
추운 겨울에도 찬물만 찾는 영감. 더운 여름에도 따신 물이 좋은 나. 고기가 생선보다 맛이 좋다는 영감에 생선이 고기보다 단맛이 있어 좋다는 나. 오월이 오니 벌써 덥다고 가쁜 숨을 몰아 쉬는 영감인가 하면 아직도 동절(冬節)의 내복을 벗지 못하는 나. 바람이 차다 하고 문을 닫자 하면 시원해서 좋다 하니, 이런 걸 두고 이름 하여 ‘아이러니’라고 했겠다?!
진밥이 좋다는가 하면 된밥이 좋고 달콤한 맛이 낫다 하면 담백한 맛이 낫다 한다. 덜 익은 김치가 제격이라 하면 시어 꼬부라져야 익었다 하는 입맛은 또 어떻고. 고추장찌개가 맛이 좋다 는 영감에 된장찌개가 구수해서 좋으니 어쩌란 말인고. 명란 젓은 날 것으로 양념을 해야 제 맛이 난다 하니 중탕으로 익혀야 제 격이라 한다.
이 같이 먹는 것을 두고 ‘당신도 좋소? 나도 좋아.’하는 일은 별로 없다. 그렇다고 음식으로 큰 소리 나게 다투어 본 기억도 없다. 그 속에서 사 남매를 보듬어 키워냈으니 내가 대단한 겐지 영감이 잘 참아 준 것인지 나도 모를 일. 것도 물으면 서로 ‘내가 참아 준 덕’이라 하니…. 시어머님 생전의 말씀대로 ‘잘난 며느리가 부족한 아들에 지기도 해라.’하시더니 그런 겨? 케케케.
입맛이야 자란 환경 탓으로 처음엔 보고도 몰랐던 일이라 하더라도, 외모는 또…. 키다리아저씨에 호호아씨가 말이나 되냐구. 내 시대 180의 키는 이 시대의 190으로 보아야 한다. 시댁의 식구들이 화들짝 놀랄 정도로 쭉쭉빵빵인데, 어쩌자고 요런 마누라를 골랐느냐는 말이지. 그 많은 맛선자리를 쳐다도 안 봤다더니 거짓말 아냐?
키가 큰 신랑은 원래 아담 사이즈를 좋아 하는 거라고는 하지만, 일부러 그리 맞춘 것도 아니랜다. 이리 저리 재 보지도 않았다 하니 것도 물어보지는 않았다만 참말인지. 팔씨름 자리에서 쬐그만 올케 얕잡아 보았다가 모두 나동그라지고는 ‘작은고추가 맵다’고 했다 더라만, 그건 결혼 뒤의 일이고. 요령부족으로 지고는 다섯 시누이가 분해서 엉엉 울었다지?
좀 억지로라도 꿰맞춰 보자 하고 딴 소리를 하자 하니, 어쩌면 그렇게 속속들이 맞지 않는지. 그리 찾자 해도 어려운 일이겠다. 아이들이 철이 들자 이젠 제법 어른스러운 말을 해 웃게 한다. 그들도 우리 부부가 신비스럽기까지 하다고 말한다. 그렇긴 해. 우리 부부는 참 신비스럽긴 하지. 어쩌면 그리 깡그리 맞지 않는 조합인지….
보림아~!
그려도 이만하믄 잘 살아온 거 아녀? 할미 사주팔자에 ‘말년호사’라 했응께, 이제 와서 서로 다른 게 탈이 될 리는 없겄쟈?
미우나 고우나 이제는 둘 뿐이다 -버지니아의 <콜롬비아공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