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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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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 당하는 꽃과 나무들


BY 낸시 2017-05-15

우리집 정원에서 살다 쫓겨나는 꽃과 나무들이 있다.

 

제일 먼저 쫒겨난 것은 대추나무다.

가을이면 붉게 물든 달콤한 열매를 땨먹는 재미도 있던 나무다.

몇 년 지나자 천덕꾸러기가 되었다.

여기저기 뿌리가 뻗어가면서 대추나무가 솟아나오는데 아무리 뜯어내도 또 솟아나온다.

가시까지 달려 꽃밭 일을 하는 내 엉덩이와 등을 꾹꾹 찔러대는데 제법 아프다.

도저히 안되겠다.

어디로 보낼까...

아스팔트와 시멘트로 둘러싸인 신시아네 집 길가화단이 좋겠다.

그렇게 대추나무는 우리집 화단에서 신시아네 길가화단으로 추방 당했다.

 

손바닥선인장. 

자기는 꽃밭 일도 안하면서 남편이 고집을 부려 심었다.

숱하게 여러번  손가락에 가시가 박혀 고생한 사람은 나다.

결국 남편이 뭐라거나 말거나 추방시켰다.

옮겨심지도 않고 뽑아서 쓰레기통에 버렸다.

 

유카.

추방 당하는 꽃과 나무..
꽃도 이쁘고 사철 늠름한 자태도 볼만한 녀석이다. 

강한 텍사스 태양과 여름 가뭄도 잘 견디는 씩씩함도 높이 사주어야 한다.

번식도 쉽고 잘된다.

잎사귀 끝에 가시가 달려 가끔 찌르기도 하지만 그 정도는 애교로 봐줄까 생각도 했었다.

문제는 벌레가 꼬여도 너무 많이 꼬이는 것이다.

나비가 되는 애벌레 정도는 귀엽게 봐줄 수 있는데 이거는 그냥 징그러운 해충이 꼬인다.

너도 영구추방이다.

 

언니 집에서 데려온 장미.

추방 당하는 꽃과 나무..
병충해도 없고 씩씩하게 잘 자라서 너무 예쁘다고 언니가 퍼 준 녀석이다. 

언니 말대로 병충해도 없고 씩씩하게 잘 자랐다.

언니네 동네보다 일조량이 많아서 그런가 자라는 속도가 엄청 빠르다.

튼튼한 녀석답게 가시도 많고 억세다.

그 억세고 많은 가시가 툭하면 나를 찌른다.

쥔도 몰라보고...너도 추방이다.

어디로 보낼까...

신시아네 옆집, 내게는 또 다른 앞집,  길가화단이 좋겠다.

양옆이 아스팔트와 시멘트로 되어있으니 손질할 때 가시에 찔릴 일도 없겠다.

 

love-in-a-mist.-안개 속 사랑

추방 당하는 꽃과 나무..
이름만큼이나 사랑스럽게 생긴 꽃이다.

워싱턴 디씨 살 때, 이웃집에 피어있는 것을 보고 홀딱 반했던 꽃이다. 

몇 년 후, 언니집에서 보고 씨를 받아다 키우기 시작했다.

꽃피는 기간은 짧은데 씨앗이 떨어져 올라오는 갯수가 너무 많아 다른 꽃이 자랄 틈을 주지 않는다.

너는 정원의 화초보다는 야생화로 사는 것이 좋겠다.

이년을 키우고 추방을 결정했다.

 

씩씩하게 잘 자라는 녀석들을 찾아 키운다면서 너무 잘 자란다고 쫒아내다니.. 

말도 안된다고 꽃과 나무가 불평하겠다.

어디 정원의 꽃과 나무 뿐인가...

인간 세상도 너무 잘나가는 사람은 견제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으니...

너무 나대고 사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도 돌아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