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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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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인생 급할 거 하나도 없더라..


BY 천정자 2017-05-03

언제 이렇게 나이를 먹었는지

나이를 입에 넣고 먹은 것도 아닌데 소화가 잘 되면

화장실 변기에다 버리고 나오면 그만 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었다.

어느덧 2017년 5월이다.

오월은 내 생일이 포함 된 달이다.

막상 내 생일인데도 깜박 잊어버리고 지나간 생일이 더 많다.

생일 되면 울 엄마가 전화를 해주시는데

울 엄마도 잊어버리면 나도 아무도 모르게 지나쳐 버린 적이 한 두번 아니다.

희한한 것은 그런 일이 반복되면 다짐을 한다.

다음 해 생일은 꼭 잘 기억해서 챙겨먹어야지 결심을 하지만 시간 지나면

흐지부지다. 먹고 사는 거 인생인데 그 거 참 매일 지나치고 난 다음에

무슨 시간이 미친년 널 뛰는 것보다 더 황당하게 사라진 것 같다.

아무래도 이 번 대선 때문인 것 같다. 내 생일 잊어버리게 할 만큼 온통 사회가 시끌벅적하고,

뉴스에 신문에 인터넷에 고개만 돌려도 난리도 이런 난리도 없으니

내 생일이 무슨 행사라고 챙길 정신이 있으면 이상한 일이다.

다음 주 코 앞에 닥친 대선거일에 누구 인생 어떻게 되나 기대가 되기도 한데,

잘 고른다고 찍었더니 지금 엄한 곳에 모셔진 분들 생각해보니

사람 일 진짜 알다가도 모르는 일이라는 거 진짜 백번 맞는 말씀이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법이 있고, 원칙대로 만 하면 아무 탈 없이 임기 다 마치는 것인데,

어찌된 세상인지 그것이 참 어렵고 순탄치 않은 모양새다.

아침에 눈 뜨면 행복한 세상을 꿈꾸는 자가 제일 잘 사는 사람일까 싶고,

저녁에 두 다리 뻗고 잠만 잘자도 행복한 사람일 수도 있으니까.

가장 잘 살기 보다 가장 행복한 사람 되기 보다

지금 느낀다는 것을 요즘 새삼스럽게 귀해진다.

꽃피고 녹음 짙어지는 가장 기가막힌 오월인데

뭐그리 빨리 빨리 안 살아도 어차피 막 갈 것이고

좀 멈춰서 바람 결에 얼굴 맡겨 보기도 하고

시끄러운 세상 좀 멀직히 바라보면

큰 알도 작은 일도 그냥 무심하게 시간 속으로 묻혀진다.

이젠 늙어서 괜찮은 오후들이 너그럽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