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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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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아닌데


BY 만석 2017-04-21

아직은 아닌데

 

기가 막혀! 아직도 약이 부족한가? 오늘 날짜로 먹어야 할 약이 한 알 더 늘었다. ‘이건 아닌데 .’하지만 내가 무슨 힘으로 먹기를 거부하겠는가. 쌓이는건 약이고 느는건 나이다. 시원찮은 데가 좋아져서 약이 줄어들 기미는 애시당초(哀詩唐椒) 기대를 말았어야 했던가.

 

보이지 않는 곳이면 몰라도, 눈이 두꺼비 같이 부어올라 누구 앞에 서기가 언짢았다.

울었어?”것도 어쩌다 한 번이고, ‘세상이 슬퍼서라고 농 아닌 농을 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듣는 이들은 한 번이겠으나 당사자는 하루에도 대, 여섯 번이니 식상(食傷)할 수밖에.

 

급기야 병원을 드나들어 이것저것 지불한 값이 갑상선기능저하증으로 돌아왔다.

눈이 붓는 것도 갑상선호르몬 부족이고 수족냉증도 호르몬 부족입니다. 피곤하고 춥고 또.” 의사는 재미삼아 읊는 듯하지만, 21세기 의료진에 박수를 보낸다. 용하기도 하지.

 

병을 한 가지 더 얻었다는 사실과 약이 늘었다는 사실에 이제는 처연(凄然)해지질 않는다. 이제쯤 병을 얻어 몇 달 앓다가 하직을 해도 억울할 것 없다던 입질은 한낱 기우(杞憂)였던가. 키다리아저씨의 통장 값으로, 시원찮은 건강을 속속들이 캐내는 의료기술이 신기하기도 하다.

 

의사와의 면담은 언제나 꼬리가 길다.

이제 길을 찾았으니.”말이 많다. 진행형인지 정지 된 건지 알아보려면 또 혈액검사가 필요하다나? 아니. ? 한 번 수혈을 하고 검진을 했으니 이곳저곳에 써먹으면 좋으련만.

 

내 몸의 붉은 피야 다시 생성(生成)될 것이니 걱정은 붙들어매고, 적지 않은 검진료에 신경이 쓰이는 건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내가 무슨 힘이 있는가. 도살장에 가는 송아지처럼 팔을 내밀고 다시 맡길 수밖에.

    

미안하기도 하고 계면쩍기도 해서 혼자 나섰더니, 돌아오는 길목에 낮익은 목소리가 마중을 한다. 영감이 뒤따라 왔던 모양이다. 마음이 서러워라 커니 영감도 반갑질 않다.

오늘은 잘 걷네.” 멋이 없는 사람은 제때 맞추어 말도 하질 못한다. 분위기 간파도 잼병이다.

 

, 건드리지 마.”

공연히 남편에게 분풀이를 하듯 쏘아붙이고 타달타달 걷는다. 이제야 분위기 파악이 되나.

의사가 뭐래는데?”오늘따라 말이 많다. 허긴. 늘 물어주지 않는다고 앙탈은 했었지.

 

~! 한 알이 아니라 약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는 거 아닌가. 햇살은 따셔서 등짝은 호사를 하는데 가슴 한 가운데는 시리고 저리다. 곧 죽어 넘어갈 병도 아닌 것이 제법 사람의 간장을 잡는다. 그래도 이젠 가야지.’하는 건 덜 아파서 생긴 여유라 헀겠다?!

 

그렇지. 아직은 아니지.

말이 씨가 된다지?’

백세시대!’라는데!‘ - 오래는 살고 싶은가 보다 케케케.

 

보림아~!

보림이 시집가는 거 보고 잪은디...욕심이쟈? 케케케.

                                                                   올드얼렉산드리아(오래 된 상가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었다)

아직은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