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헤라 디여~♪~♪
“어머니. 어서 나오세요. 우리 지금 대문 앞에 와 있어요.”
“오야. 나간다~♪” 노랫가락을 읊으며 나선다. 오늘은 보림이가 초등학생이 되는 날이걸랑?! 삐약삐약 병아리처럼 조잘대던 녀석이 어느새 초등학교에 입학식을 한다다. 얼씨구 좋을시고. 제일 멋진 옷은 골라 놓았겠다?! 신발을 끌며 대문을 나선다. 우리 고운 보림이는 오늘 새 머리띠를 했구먼.
아들은 출근도 마다하고 월차(月次)을 냈네 왜 아니 그러겠어. 금지옥엽(金枝玉葉) 외동따님 입학식인 것을. 주변머리 없는 할아버지 덕(?)에 보림이는 시방 제 애비가 졸업을 한 학교에 입학식엘 간다. 35년을 이 자리에서 살았으니 부녀가 동문(同門)이 되기에 이르렀구먼. 이리저리 돈줄 찾아 다니지 않은 할아버지의 주변머리를 탓하며 나는 혀를 찬다.
“이 운동장이 그렇게나 넓어보였는데….”
애비는 오랜만에 찾은 초등학교에 감회가 새로운 모양이다.
“나도 여기 서서 사진 찍었지. 너도 요기 서 봐봐.”
체크무늬 양복을 맞춰 입혀서 교문 앞에 새워놓고 찍은 사진이 아직도 앨범에 있긴 하지.
교문 앞에는 벌써 꽃다발을 들고 호객하는 장사꾼이 정신을 어지럽힌다. 제일 눈에 뜨이는 고운 색의 꽃다발을 집어들자 아들이 지갑을 펼친다.
“아니지. 오늘은 내가 사야지.”
핑크공주가 별명인 보림이니 분홍색 꽃다발을 고른다.
강당에는 이미 학생과 핚부모가 무더기를 지어 웅성거린다. 나야 여러 번 치러 본 경험이 있지만 아들 내외는 참 감개가 무량하겠다. 허긴. 손녀 딸아이의 입학식이 이렇게 가슴이 벅찬데 아들 내외야 말해 무엇하리. 아들 내외만이 아니라 강당에 섰는 학부모들의 얼굴이 모두 불그레하게 상기되어 있다. 아니 좋겠는가.
애국가며 교가를 부르고 간단하게 학교장의 인사를 마치고 담임선생님을 소개 받고 오늘은 해산이다. 학교 앞의 중화요리집은 이미 만원이다. 차라리 집으로 가서 배달을 시키자. 유치원 졸업식에도 ‘자장면을 먹는 날’이라더니 입학식에도 ‘자장면을 먹는 날’이란다. 누가 그렇게 지어놓았을꼬? 하하하.
내 생애 일곱 번째 초등학교 입학식은 이렇게 끝이 났다. 내 초등학교 입학식은 어떠했는지 기억조차 나질 않는다. 전쟁 중이었으니까. 내 사 남매의 네 번의 입학식과 두 번의 외손녀 딸의 입학식과 보림이 초등학교 입학식. 입학식은 언제나 설레이는 마음을 갖게 한다. 보림이도 마냥 생글거린다. 잘 자라 줘서 고맙고 더 잘 자라 주기를 희망한다.
보림아~!
초등학교 입학 축하혀~.
고모들이랑 삼촌의 축하 하사금이랑 선물들 푸짐해서 좋았쟈?
일등하라 소린 안 할겨.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한 번더 입학 축하한다이~!
잘 자라 줘서 고마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