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날과 다름없이 남편은 이른 새벽에 깊은잠에 빠져있는 나를 깨웁니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오늘도 간단한 아침상을 준비하고선 약과함께
식탁에 앉아 둘이서 오손도손 조식을 듭니다.
어찌보면 내가 너무했나 싶지만 그래도 그게 아니라고 봅니다
언젠가는 내가 다시 지금까지 해온 가사일을
자연스레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남편이 가사일을 즐깁니다
남편이 인생이모작으로 선택했던
택배업계는 아주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이제는 어엿한 직업으로 자리잡아 노조를 결성한다하고
노예직업이 아니라고 여기저기서 얘기한다고 뉴스에서 보았습니다.
어찌보면 남편은 탁월한 선택을하여 지금까지 묵묵히 하루종일 걷고 또 걸어서
얼마를 모았는지는 몰라도 캔맥주 정도는 박스로 사들고오고
소주도 아주 짝으로 들입니다. 그러면서 술의 낭만이라고 즐기고 있지만
베란다에 쌓인 술병들을 바라보며 그것도 낙이겠지. 저사람에게는 .
궂이 말릴 필요가 없더라구요.
며칠전 작업복바지를 보니 뭐가 묻어 있더라구요 두장다 그러네요
바깥에는 워낙 추우니까 속내복을 입고 문제의 작업복바지를 입으니 까만색으로 보입니다.
어머 이게 뭐야 ? 세상에 구멍이 뻥그렇게 난 작업복을 입고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거리를 활보했단 말이지.에혀 가슴이 아픈지고.
홈쇼핑을 시청하다 마침 작업복바지로 손색없는 4장짜리 바지를 주문했지요.
하필이면 다 늦은 저녁을 먹고있는데 택배가 오지 뭡니까
요즘은 제가 꽉잡혀 물건 절대 못사는데 바지하나 질렀더니
버럭대마왕께서 가만 있을리 없고 또 소리를 질러데네요
천하의 동배기 가만히 있었어요 내방으로 도망갔지요
개봉을 해보니 세상에 얼마나 바지가 괜찮으니 따뜻 하겠더라구요
남편에게 보여주었더니 "음 그거, 맘에드네"
밖에서 하루종일 다니는 사람이라 눈을 번쩍 뜹니다. 구두쇠가요.
돈은 제 비상금으로 냈어요 바지가 구멍이 나도록.....순간 울컥했어요
따뜻한 집안에서 아프다를 연발하고 있는 나는 바보입니다
그러나 살면서 바보 소리를 좀 듣는것도 괜찮아요
그렇다고 사리판단을 못 하는 바보가 되라는 건 아니구요 ~
몰라서 화를 안내는게 아니라
옳고 그름은 다 알지만 모든걸 비워서,
너그럽게 포용할 줄 아는 사람이 돼어가는 바보부부가 탄생되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