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올해는 사과나무를 한그루 갖게 되었다.
그리고 사과를 내손으로 딸수 있는 가을을 기다리게 되었다.
얼마전 귀농하여 사과농장을 하는 동창에게서 사과나무를 분양한다는 연락을 들었다.
두말없이 한그루를 신청했고, 주변에 아는 분들에게도 소개하여 한그루씩 분양받았다.
사과의 고장 경북 영천이 나의 고향이다.
어린 시절 우리 집에는 사과밭이 있었고 우리는 사계절 사과가 커가는 것을 보며 자랐다.
새하얀 사과꽃이 피고, 작은 열매가 맺고, 그 열매들을 솎아주고, 약을 치고,
우리는 어렸지만 그 많은 일들을 도우며 자랐다.
그때는 사과가 병들지 않게 약을 치려면 온 가족이 힘을 합쳐야 했다.
아버지가 긴 장대에 매단 분무기로 약을 뿌리면 어머니는 멀리서 펌프질을 하고, 우리 오남매는 중간에서 적당한 간격으로 늘어서서 다른 농작물을 다치지 않게 호스를 들고 따라 다녔다. 그때야 그것이 좋았으랴. 아니다. 힘들고 싫었던 것 같다.
사과가 붉게 익는 가을에는 맛있는 사과를 골라 쪼아 먹는 까치를 장대로 쫒기도 하고
붕붕거리며 사과에 달라붙는 풍뎅이를 잡기도 했다.
그래도 가을은 정말 풍요로워 좋았다.
온통 세상이 붉은 사과로 가득하던 그 가을.
볏짚 깔은 바닥에 한 바구니씩 따다 쏟아 부으면 온통 눈아래 펼쳐지는 그 풍요로움.
중학교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도시로 이사를 한후 나는 언제나 고향이 그리웠다.
무엇보다 사과가 그리웠다.
붉은 사과를 손안에 잡고 살짝 돌리면서 당기면 툭하고 따지는 그 느낌도 그리웠고,
사과 주렁주렁 열린 과수원길 어디서나 나던 사과향도 그리웠다.
내가 분양받은 사과는 귀농한 친구부부가 다 농사지어 우리는 가을에 가서 따는 것이다.
일정분양금액을 내면 가을에 50키로(5박스)를 딸수 있게 보장해 준단다.
내 나무라고 키우고 가꾸는 과정을 다 경험하지는 못해도 수확의 기쁨을 누려 보라는 것이다.
그래서 올 가을에는 사과를 따러 간다는 기다림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