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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읽고


BY 김정인 2016-07-28

오랜만에 책을 손에 들었다.

싱크대에는 어제 저녁 설거지가, 밥상 위에는 아침을 먹고 난 그릇이, 매일 아침 정신건강을 위해 챙기던 성경 필사도, 육적 건강을 위해 늘상 챙기는 스트레칭도 해야 할 일의 모든 유혹을 힘겹게 뿌리치고 책을 들고 앉았다.

정말 나에게는 혁명과 같은 일이다.

 

일단, 책읽기위한 준비 성공.

다 읽기 전까지 해야 할 일을 미루는 것도 힘겨운 일이다. 울리는 카톡도, 메시지도 보지 않으려고 노력하였다.

길지 않아 이것도 성공. 도중에 맥이 끊어져 버리면 책을 다 읽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라 이것도 매우 중요하다. 

1시간 남짓.

 

거기에다 아내의 지루할 만큼의 평범함이 나와 닮아 있었기에 단숨에 읽어내려갈 수 있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뒤로 갈 수록 뽀족해지는 것도 어쩌면 내 마음의 저 편에 숨어있는 꿈틀거리는 그 무엇과 맞닿아 보여서 인지도.

 

책을 읽고 난 이후 감상을 쓰는 것이 마지막 작업이다.

이것의 주의해야 할 점은 읽고 난 직후에 써야 하는 것이다. 도중에 어디로 가지 않고.

오늘은 퍼펙트하다.

이제, 감상을 시작한다. 오랜만에 글을 써서 술술 써지지는 않겠지만 부담을 걷고 쓰려고 생각중이다.

그럼 시작, 

 

아내는 처음부터 그렇게 평범했을까?

그녀는 모르긴 몰라도 월남전에 참전해 베트콩 일곱을 때려잡은 것을 큰 자랑으로 여기는 아버지,

고기를 먹지 않겠다는 딸의 입에 탕수육을 쑤셔넣으며 손찌검을 하는 아버지 밑에서 어떻게 자랐을 것이라고는 구구절절 듣지 않아도 눈에 선하다. 

아내는 자신만의 마음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질도, 그 목소리를 들어주는 아버지도, 남편도 없었다.

단지 환경에 무난하게 맞추어가는 자신만이 있었고 사람들은 갈수록 그런 그녀를 무시하게 되었을 것이다.

망할!!!

아내는 평범이라는 틀 안에 자신을 가둠으로 계속 소외되어 갈 것이다.

그런 아내가 죽을 것 같은 그 벼랑 끝에서 세상을 향해 어쩔 수 없이 절규하며 자신의 목소리를 낸  것이 '채식주의자'가 아닐까!

그 꿈을 꾸기 전 사건.

늦은 아침으로 호통치는 남편에게 언 고기를 썰며 손이 베어 피를 보는 순간, 식칼조각이 음식 속에 들어가 죽을 뻔 했다는 날뛰는 남편을 보며 아내는 차분해졌다. 자신조차도 몰랐던 자신과 만나기 시작했으므로.

자신을 사랑하지도 않고 파출부로, 성적 대상, 출세의 악세서리로만 여기는 남편에 대한 분노로 치를 떨고 있는 자기 자신을,

평범 속에 자신을 가둔 세상을 향한 외침을,

그 분노가 자기를 삼켜버릴까봐 겁에 질려 채식주의자를 외치며 미쳐가는 그녀는 어쩌면 점점 손잡이 없는 문 뒤에 웅크리고 있는 자신과 가장 진솔하게 만나러 가는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존재가 되어 가는 것은 아니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