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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아르바이트


BY 새우초밥 2016-07-14

어제 오후 병원가는길에 한참 좁은 골목을 한참 내려가고 있을때 뒤에서 오는 차량 한대,

이 차 보내고 갈려고 주차되어있는 차에 붙어서 그 차가 지나가는 순간 바로 옆 전봇대에

아르바이트 구한다는 벽보가 붙어있습니다.

요즘 한참 폐점하면서 옷들을 싸게 판다면서 광고하는 업체에서 아르바이트 직원들을

구한다는 광고였습니다.

이 겨울에 밖이 아닌 건물안에서 옷 관리하면서 일한다는것은 좋은것이라서..



생각해보니 제가 처음 만성신부전시절 했었던 아르바이트가 생각났습니다.

그때가 아마도 1997~8년 그때쯤으로 어렴풋이 생각나는게 그때 대학병원에 한달에 한번

내원하면서 이식수술을 생각하고 있을때입니다.

만성신부전 말기쪽으로 가는데 무슨 일이라도 하고 싶은 간절함에 벼룩시장을 찾았습니다.



어떤 일하면 좋을지 그렇다고 힘든 일은 못하겠고 찾다 찾았던 일이 아파트 모델 하우스에서

아르바이트할 사람들을 구한다는 모집 광고를 보고는 전화하고 버스타고 무작정 찾아가보니

집에서 1시간이나 걸리는 생전 처음가보는 동네인데 첫날은 제가 늦게 도착했습니다.

다음날 오라는 직원의 말에 그날은 그냥 집에 돌아갔고 다음날 일찍 가보니까

H제과에서 처음 아파트를 건설한다면서 세운 모델하우스에서 전단지를 배달하는

일을 시키면서 가방안에 전단지 500부를 넣다보니 엄청 무겁더군요.



직원차에 4명 타고 한참 달린후 내린 동네에서 집집마다 전달지 배달하는 일을 시작합니다.

그것도 요즘처럼 추운 한 겨울에..낙동강을 끼고 있었던 서부산쪽..



처음 내린 동네에서 지리도 잘 모르지만 처음하는 아르바이트고 몸 불편하니까

눈치껏 대충 대충 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그래도 내가 맡은 일인데 열심히 해보자는 마음으로

추운 바람을 뚤고 집집마다 전단지를 한장 아니면 두장씩 넣기 시작하다보니

다음날부터 요령이 생겼습니다.



앞 집 뒷집 돌아가면서 우편함이나 집안에 던져넣고 다른집 가면서 가방속에서 미리 꺼내고는

또 그런식으로...

아침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아르바이트하는데 점심식사는 그쪽에서 대접해줬습니다.

일주일 지나면서 어느날 저 또래의 직원이 저에게 팀장 역활을 맡아라고 합니다.

그때 몇일 후에 새롭게 아르바이트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제가 같이 다니면서

어떤식으로 하시라고 대충 가르쳐드렸는데 같이 다니던 저 또래의 직원이

그걸 보았는가 봅니다.

그때 아르바이트 비용이 하루 2만원인데 하루종일 발로 뛰고 걷다보면 다리가 아프고

추위에 힘들지만 그 회사 직원이 건내주는 차 한잔에 피로가 풀렸습니다.



사실 만성신부전 상태에서 몸도 좋지 않는데 하루 5시간 이상 걸어가는것은 힘듭니다.

발바닥이 아프고 언덕위로 올라갈때는 내가 왜 이런 일하는지 한숨이....

추운 바람이 불어오는 강변쪽 아파트로 들어갈때는 계단을 타고 내려오는데

따뜻한 실내다보니 문득 쉬고싶은 생각에 계단에서 한참 앉아있었는데 서글픈 생각이

밀려들었지만 그래도 내가 살자고하는 일인데 싶어서 일어나자 가보자 말을 되뇌이면서

전단지를 얼마나 열심히 배달했는지 하루는 집에 도착하면서 누웠는데 잠이 들었습니다.



그때 부모님은 제가 추운날에 전단지 배달 아르바이트 한다는것을 전혀 모르고 계셨는데

아마도 부모님은 제가 어디 놀러가는것으로 생각을 했을것입니다.

그렇게 일주일이 흘러가고 또 다시 일주일동안 일하다보니 어느날은 피곤이 몰려오길래

잠시 마트에 들어가서는 우유 하나 마시고는 다시 모델 하우스 들어오면서 한쪽방에

점심식사후 들어가 휴식한다는것이 그만 제가 잠이 들었는가 봅니다.



얼마동안 잤는지 일어나서 사무실에 내려가보니 다행히도 전단지가 도착하지 않았기에

다들 한쪽방에서 휴식하고 있었는지 같이 동행하는 직원이 저에게 자는것을 보고는

힘든것 같아서 깨우지 싶지 않았다면서 피곤하시죠라는 말에 죄송한 마음이...

그래도 그 직원은 사람이 괜찮은것 같아서 항상 같이 동행하고 일하는것을 옆에서 보았기에

이해를 해주셨을것입니다.



2주동안 일 마치고 집에 가는길에 지하철 선로쪽으로 걸어가면서 버스 정류장 찾아가는데

마침 분식집이보이고 김이 모락모락 피여나는 오뎅이 보입니다.

오후 4시가 넘어가는 시간이라 배도 고프고 그래서 분식집 들어가서 오뎅 먹고는

분식집 의자에 앉아서 밖을 바라보면서 문득 생각하기를 내가 사는 이 인생이 올바른 인생인지

철학적인 생각이 ...

하루 2만원 벌어서 왕복 차비하고 간식 사먹고 남는돈으로 뭘해야 할까...

나중에 일 마치면 엄마에게 빨간 내복이라고 선물할까?

아니면 그 돈으로 저축이나 할까?

그것도 아니면 용돈이나 할까.

여러가지 생각이 놀이터의 그네가 위 아래로 움직이듯이 왔다갑니다.



몸이라도 괜찮으면 예전에 군대제대하고 엄마 주선으로 일했던 직접 도시락 준비하고는

새벽까지 하면서 아침이면 가끔 기름싣고 나가는 좋은 기사님들의 탱크로리타고

울산이나 다른곳으로 따라가보는 정유공장 경비직을 계속했을것인데 이 생각이..



그렇게 3주동안 전단지를 집집마다 전달하는 일을 마무리하면서 3주동안 동행하던

직원하고 헤어지는데 참..마음이 짠했습니다.

그 사람하고 정이 얼마나 들었는지 다음에 볼 수 있으면 보자는 기약할 수 없는 약속을 했지만..

돌아가면서 버스타고 오는데 그래도 3주동안 새로운 일에 경험했다는 마음에 부족함이 없었고

몸 아프기에 집에 있는것보다는 그래도 아르바이트를 하기에 내가 살아가는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는 미래를 볼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