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공짜를 좋아해
듣는 사람들은 글쎄다. 좀 비굴하게 생각하려나? 그러나 내가 아는 한, 공짜는 누구나 좋아한다. 내가 공짜를 좋아한다고 해서 다른 이들을 끌어들일 이유는 없잖은가. 오히려 유치찬란하지? 남들이야 어떻든 내가 알 바는 아니지. 다른 이들의 것만 축내지 않음 되니까. 그럼, 공짜를 참으로 좋아하는 내 이야기만 하자. 그럼 시비를 거는 사람도 없을 것이렸다?!
그런데 어째서 나는 공짜를 좋아하느냐는 말이지. 궁색한 살림 때문이었을까? 욕심이 많아서였나? 뭐, 그닥 와 닿지는 않는다. 늘 베풀기를 좋아했고,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던 그 시절에, 아이들을 여럿 두었다는 것 외에는 욕심을 부리는 것 같지도 않은데 말이지. 여러 자녀를 두었어도 어느 녀석 하나 탐을 내도, 줄 녀석이 없으니 이게 욕심인 거여?
아무튼 공짜를 좋아한다는 건 사실이니 어디 풀어보자. 오늘 이른 아침에 인터폰이 운다.
“탞배요~!”
‘커피선물셑드’를 내민다. 기실은 내가 요새 라디오방송국으로부터 공짜 선물 택배를 좀 받고 있걸랑. 이것도 공짜가 아닌가 하니, 글 쓰는 수고를 했으니 공짜가 아니라나? 그래도 뽑아주지 않았음 공 연불 아닌가. 그러니 공짜라 해 두자.
“딩동~♪♪”문자가 온다. ‘14시~16시 주문하신 해남 쌀 배달’. 그러니까 집을 비우지 말라는 게지. 주문한 적도 없지만 해남이 어디인 지도 모른다. 그러나 갖다까지 주겠다 하니 이것도 공짜가 아닌가. 소작료 받을 날은 아직 멀었고, 누구라고 나에게 한 톨의 쌀인들 보내랴 싶으니 것도 틀림이 없는 공짜렸다?! 이게 모두 한 프로그람에서 보낸 한 몫인데 곧이들리려나?
“이 주소가 맞나요?”
“요번 주일 안에 김셋트를 보내겠습니다”고. 푸하하. 나는 공짜부자다. 큰 것은 아니지만 받는 즐거움은 크다. 며칠은 택배 받는 재미에 입이 귀에 걸리겠구먼. 그런데 사람들은 참 이상하다. 왜 이런 일을 하지 않는 걸까. 공짜가 싫어? 아님, 너무 부자라서? 나만 빼고 모두 부자인가 보다. 내 경험에 의하면 유창한 글 솜씨에 따라서 선택 받는 것도 아니더구만.
공짜는 나누는 법이다. 그래야 다시 채워진단다. 커피세트가 여섯 통이니 큰아들 네와 막내딸 네와 세 집이서 두 통씩 나누자. 쌀은 나도 많으니 큰아들 네나 보내야지. 홍제 세트도 머지않아서 오겠구먼. 아무튼 골고루 나누자. 좋지 아니한가. 자랑도 할 겸. 아, 사돈네도 보내고 싶은데 너무 속 보이나? 늙은이의 자랑이 지나치면 꼴불견이니 참자.
그런데 먹는 것은 나누겠으나, 상품권으로 받아 구입한 냄비 세트는 주지 못하겠는 걸. 그건 말 그대로 ‘세트’니까. 주면 모두를 주고 아니면 내가 다 가져야만 해. 이건 욕심인가? 아니지. 우리 집 냄비가 오래 돼서, 아무리 문질러도 빛을 내지 못하니…. 30만 원짜리 상품권은 푸짐도 하다. 전자렌지와 믹서기를 바꾸고도 남았으니. 에헤라 디여~♪♪.역시 공짜는 좋아.
보림아~!
많든 적든 다음 번 상품권은 니 엄마 몫으로 찍어 두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