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 이틀을 쉬지 않고 내린다.
오늘은 등교길에 아이들이 모두 우산을 챙겨 갔기에
그럴 일이 없겠다 싶어 한편으론 안심이 되지만,
어제 우산을 가져가지 않은 딸아이 때문에 학교 운동장에 서성거렸던 일도
그리 나쁘지 않았던것 같단 생각이 드는것이다.
늘 그렇지만 바쁜 아침시간,
허둥대며 현관을 부리나케 나서는 딸아이는 \'\'우산 챙겨라\'\'라는 엄마 말을
한귀로 들었는지 아니면 당장에 비가 오지 않으니 우산이 필요없을거라 생각했는지
우산을 아니 들고 갔었다.
어젯밤 일기예보를 보면서 내일은 우산을 꼭 챙겨야 겠다고 엄마한테 말했던
아이가 저만큼 멀어지자 마자 아니나 다를까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딸아이가 우산을 가져 가지 않았으므로 자꾸 시계를 쳐다보게 된다.
아이가 비에 맞지 않도록 끝나는 시각에 맞춰 학교 앞에 가야 할텐데 하는
작은 조바심이 자꾸 시계를 쳐다 보게 하는 것이었다.
오후 두시가 되어 간다. 15분여의 시간이 남았는데도 학교앞으로 난 길을 따라
걸어오는 몇몇의 우산쓴 아이들을 보고는 급히 현관을 나선다.
아이우산과 내 우산을 챙겨서...
교문 근처에 나 처럼 아침에 우산을 챙기지 못한 아이를 위해 엄마들 몇이
서성거리고 있었다.
잠시후, 아이들이 쏟아져 나온다.
노란 우산, 빨간우산, 파란색 우산 , 검정우산까지...
줄무늬 우산, 물방울 무늬 우산, 꽃무늬 우산, 그리고 캐릭터우산까지,,,
별별 모양의 우산이 비오는 텅빈 운동장을 꽃처럼 수놓기 시작했다.
하지만, \'\'빨간우산, 노란우산, 찢어진 우산..\'\'의 동요에서 처럼
찢어진 우산은 아무리 찾아도 없다.
풋 웃음이 난다.
나 어렸을땐 우산이 참으로 귀했었다.
그러니 집 식구대로 우산을 갖는다건 얼마나 꿈같은 얘기였던지...
그러니 다 낡고,찢어진 우산이라도 내차례가 오면 다행이었다.
등교시간이 달랐던 언니랑 같이 우산을 쓰기 위해 허둥댔던 기억,
빨리 오라고 소리치던 언니의 성화에 못 이겨 결국 찢어진 우산을 쓰고 가던 기억속엔
고만고만한 내 친구들도 찢어진 우산정도는 아무렇지도 않게 쓰고 다니던
그런 때가 있었다.
세월이 좋아진 것일까, 찢어진 우산이 아닌 색깔도 다양해 졌고,
둥그런 모양만이 우산이라는 통념을 깨뜨리기라도 할것 처럼 네모난 우산까지
등장한 게다가 아이들이 쓰기 좋게 앙증맞은 크기의 조그만 우산까지,,,,
참 우산이 많이도 발전했단 생각이 들었다.
텅빈 운동장을 다양한 우산꽃으로 장식하는 아이들 속에 내아이를 찾는다.
교실에서 운동장으로 나오는 입구가 세곳이라 어디 앞으로 갈수가 없어
운동장을 한눈에 바라볼수 있는 교문에 서있기로 한다.
나오는 아이를 붙잡고 물어보니 우리 아이 학년과 다르다. 너무 일찍 나왔구나 싶지만,
비가 와서 기쁜듯이 물웅덩이를 첨벙대는 아이들, 미키마우스가 그려진 노란우산을
돌려가며 우산춤이라도 추는듯 걸어가는 아이들을 언제 다시 보게 되랴
하는 생각이 들어 잠시 우산춤을 추며 걸어가거나,
물웅덩이를 일부러 골라 첨벙거리며 걸어가는 아이들을
즐거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런 속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건,
우산을 든 아이들의 행렬속에 비를 맞고 가는 아이다.
그런 아이 곁으로 더러는 우산을 들고 마중나온 엄마가 있긴 했지만
어떤 아이는 보조가방으로 비를 피하며 뛰어가기는 아이도 있었고,
아예 내리는 비를 그냥 맞고 가는 아이도 있다.
그 앞에 가는 아이 우산속으로 뛰어들 작은 용기가 있었으면 싶어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저기 또 하나의 우산을 안쓴아이가 다가온다.
나를 발견하고 살폿 미소짓는 아이..딸아이다.
\'\'엄마, 못 올줄 알았는데?\'\' 하며 나를 올려다 보는 아이는 벌써
머리가 젖어 있다. 얼른 머리를 털고, 우산을 건네 주며
\'그러게, 우산가져 가라 그랬잖니?\', 핀잔 같은 한마디를 덧 붙이고야 만다.
그냥, \'엄마가 우산가져 와서 좋으니? \'하면 되었을 것을 말이다.
나란히 우산을 쓰고 딸아이와 걷는
학교 담장을 따라 유월한달 동안 좋이 피어있던 덩굴장미가
남은 꽃잎을 떨어뜨리며 진홍꽃비를 뿌리고 있었다.
해가 나오면 꽃잎을 오므리는 나팔꽃과 달리
해가 나와야 꽃잎을 활짝 여는 분홍메꽃도 오늘은
비에 젖어 꽃잎을 한껏 오므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