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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전기밥솥


BY 산아 2002-08-30

어머니와 전기밥솥

"00이 엄마야! 나 또 일내부렀다"
어제 오후에 직장에서 집에 있는 애들이 궁금하여
집에 전화해보니
대뜸 어머님이 하신 소리다.

사연인즉 전기보온밥솥을 태워버렸다는 것이다.
우리집은 압력밥솥을 쓰기 때문에 전기 보온밥솥은 여분의
밥을 보온만 시키는 목적으로 쓰고 있다.

그런데 압력밥솥의 손잡이에 전기보온밥솥의 취사버튼이 몇시간가량
눌려 있어 통안의 밥이 시커멓게 타버리고 내장재가 빠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2달전에도 어머님은 전기보온밥솥을 똑같은 방법으로 태워버려서
남편이 고치려다 아주 고장을 내어버려서
이번 것은 새로산지 2달가량 된 새것이었다.

어제 퇴근후 어머님을 뵈니
"늙으면 깜박깜박하고 이런다"
하시며 미안해서 어쩔줄을 몰라 하셨다.

그런 어머님을 뵈면서 손에 화상입지 않고 별일없는 것이 얼마나 다행이냐고
위로하고 전기밥솥은 아마 서비스받을수 있을 것 같으니 걱정하시지 말라고 하였다.

전기밥솥하나에 자식,며느리에게 미안해 하시는 어머님을
위해서도 고치든지 아니면 똑같은 것으로 사서 고쳤다고 거짓말이라도
해서 위로를 해드릴 상황이었다

서비스센터에 가서 이렇게 된 상황을 설명하고
흠집이 나도 좋으니 당분간이라도 쓸수 있게 고쳐달라고 했더니
센터 기사아저씨가 꼭 고쳐주겠다고 하여 안심하고 기다렸더니
두어시간후 수리가 끝났다며 찾아 가라고 전화가 왔다.

서비스센터 기사아저씨왈 수리요금을 조금 받아야 하는데
소비자가 직접 가지고 왔고
또한 어머님을 생각하는 며느리가 좋아보인다며 그냥 가란다.

하여튼 내장재가 늘어붙어 빠지지 않아 억지로 빼니라고 조금 흠집이 낳지만
밥을 보온하는 기능에는 문제가 없어진 전기밥솥을 어머님께 보였더니
다행이다며 좋아하신다.

첫애를 낳아 친정에 맡기고 직장생활하는데 너무 힘들어 애를 가지지 않았더니
셋째며느리인 나를 볼때마다 애하나 더 낳으라고 하시니
뻔뻔한 남편왈
"우린 둘째 절대로 안낳을거니까 생각접으시라고 하며 더붙여 웃으면서
어머님이 둘째 키워주신다면 생각해보죠"
하였더니 당신이 키워주신다며 낳으라고 하여 내가 남편과 상의없이 둘째를 낳아
염치불구하고 어머님에게 부탁을 드렸더니 흔쾌히 그러마 하며
지금까지 우리집에서 고생하시는 어머님.

오늘아침도 170센티미터에 가까운 큰 키에 하늘색 바지 정장차림에
엷은 화장, 작은 손가방, 단아한 샌달을 신고
우리집에 출근하시는 어머님을 누가 환갑을 넣으셨다고 하겠는가?

둘째 아이를 위해 우리집에 출근하시기전에는 등산모임이다
노인회 모임이다 하여 놀러도 다니시며 나름대로
사회활동을 열심히 하시려는 뜻을 두신 우리어머님.

나 직장 그만다니면 우리 자신을 위해서라도 둘이 같이 봉사활동 하자며 아직도
자신이 건강하다고 자신하시는 어머님께서
당신이 가끔씩 무언가를 깜박깜박할때마다 당신의 나이를 실감하신가 보다

젊은 나도 생선을 태워먹고 냄비를 숯검뎅이 만든다고
아이를 보다 보면 그럴수 있다고 하여도
어머님은 속상해 하신다.
그럴때는 꼭 내탓같다. 나이드신 어른에게 아이를 맡기면
더 빨리 늙으신다는데..

하여튼 전기보온밥솥이 고쳐져서 다행이고
우리둘째 두돌지났으니 1년만 별탈없이
빨리 지나가라고 이밤 기도나 해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