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도 밤이었다
문득 촛불을 켜고 싶었다
양손에 와인잔을 들고
한 손은 나, 한 손은 너
잔 부딪히는 소리가 어쩜
너의 목소릴 그렇게 닮았을까
아, 그렇구나
촛불을 켜는 건
너 안에 있는 나를
나 안에 있는 너를
찾는 거였구나
결국은 가두는 일이었구나
자유와 구속이
나팔꽃 같은 한 뿌리였구나
가까이 있거나
떨어져 있거나
둘 사이에 가만히 있어 보는 것
그것이 사랑이었구나
사랑, 이슬 같은 그리움을 먹고 살아서
밤을 기다린 거였구나
오늘 촛불을 켜는 것은
너 안의 나를 사랑하는 것도 나
내 안의 너를 사랑하는 것도 나
그걸 한 번 지켜보는 거야
놓는 다는 건
더 세게 잡기 위한 몸부림
놓았다 다시 잡고
놓았다 다시 잡고
차오르지 않는 빈잔에
채워지는 건 결국 나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