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눈깨비 백바위 때리고
무섭게 휘몰아치는 탁한 물결
칠산앞바다 내달리는데
방파제에 걸터앉은 사내는 소주병만 까딱 까딱
찬바람에 곱은 손가락으론 오징어조차 찢을수 없어
몇 남지 않은 이빨을 빌려야 하지.
어느새
진눈깨비는 떡가루같은 눈이 되어 퍼부어 대고
네홉들이 소주병도 바닥을 보인다.
소주병을 까딱이던 사내의 손이 멈출즈음
성난 파도는 방파제 넘을듯 하더니
탁한 뻘물 순간 그를 낚아채 사라진다.
그의 실종은 자발적이었다.
값어치 없던 그 목숨은 이제
칠산 앞바다
조구떼, 황시리떼, 민어떼 잔치만 열겠지 싶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