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골국에 만 밥
염정금
어머니, 사골을 사와 끓여요
포르르 삶아 핏물, 기름 걷어내고
일생 동안 버티고 남겨진 골수
우려내려고 끓이고 또 끓여요
몇 겁을 거쳐 우직한 소 되었는지
그 생 알 수 없지만
일어날 때면 끙, 소리 내는 나이
뜨끈한 방에 등 대면 뼈아픔 가시는 나이
사골 국에 만 밥 목 넘김이 좋네요
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철없는 우리에겐 쩍쩍 달라붙는 진한 국물
며칠 동안 보약처럼 소금 한 집 넣어
아버지와 육 남매만 한 사발씩 건네고
맨 마지막 곤 허여멀건 사골 국에
시래기 송송 썰어 넣어 끓인 국
보리밥 말아 드시며 맛나다 하셨지요
한 짐 같은 몸 일으켜 어기적어기적 걸어가
사골 국물 솥을 들여다보고 또 보던
당신의 뼈 내린 사골 국이었음을.......
시 월간지 등단 회원들이 모여 낸 공감과 치유 시집이 벌써 네 번째 발간되었다. 이 시집은 요양원이나병원에 기부되어 코로나로 발 묶인 외로운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기 위해 만든 시집으로 각 시인에게 필요한 권 수만 제외하고 병원과 요양 시설 등 기부형식으로 곳곳에 전해진다.
이번 네 번 째 시집은 제목부터 '사람은, 그립거나 슬픈 꽃'으로 가족, 부모 ,형제 ,자매 친구 등 사람 이야기로 애틋한 그리움이 가득한 시들이 담겨 있다.
이 시집에 내 시도 8편이 수록되어 전해졌다, 그 중에 '사골국에 만밥'을 올린다. 가을로 접어들면서 조석으로 찬 기운이 돈다. 그리고 예순을 넘긴 몸도 예전 같지 않아 삐그덕 소리를 낸다. 외과 진찰로 관절 초기라며 연골 주사와 약처방을 받아오긴 했지만 마음까지 내려앉은 느낌이다. 그래서 몸 보신한다 생각하고 사와 사골국을 끓이는데 자꾸만 어머니의 모습이 스쳐 지은 시다.
어서 코로나 잦아져서 형제자매 대동하고 오실 구순의 어머니께 진한 사골국 한 들통 끓여 나눠먹으며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