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손끝에서 계절이 떠나도
휑하니 텅 비어버린들녘 논 밭이
불거진 농부의거친손가락 마디를 저리게 하고
불어오는 바람 뼛속까지 시리게 한다
싹둑 잘려 나간 뿌리아래 농군
겨울을 준비하느라 쉼없이 바쁘고
한철 매미의 노래는 어두운 개미마을에
소리없는 선율로 숨어들었다
언덕배기 때깔옷 고운 단풍잎 춤사위가
허수아비 의 허한 마음 재우려는데
툇마루에 걸터앉아 깊은 주름에 고이는 시름
지친 농부의 마음을 알기나 하듯
종자 씨로 받아둔 실한 몸의 빨간 고추가
처마아래 대롱대롱 매달린 싸알옥수수
뒹굴며 쟁여진 누런 늙은 호박덩이가
졸라맨 허리 질끈동여맨 마음 품어 보다듬는가
어느 사이 움트는 새싹의 태동을 그리워하는
농부의 숨결 거친 손끝에 계절이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