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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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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를 왔습니다.


BY 천정자 2006-05-08

이사를 갔습니다.

월세는 십오만원이고

전기세만 내고 물세는 안 낸답니다.

지하수라서.

 

 

여덟자짜리 장농하고

사백오십터짜리 하얀  냉장고도 이사를 왔습니다.

물론 나의 남편도 같이 왔지요.

 

 

와서 보니 우리집 흙이 바로 논배미를 타고 넘어

울타리 없이 넓게 마당이 크는 곳입니다.

고맙지요.

 

 

빨래장대가  아주 키가 커

하늘을 콕 찌르고 서 있어

빨래가  아주 잘 마르는  햇빛이

충분히 내리고 있습니다.

 

 

조금 있으면 떡집에 갈까

아니면 방앗간에 갈까

시루떡 찌는 냄새를 온 동네에 흐트러지게

펴 발라 옮기고 싶습니다.

 

 

이젠 이사를 왔으니 짐을 정리 할 겁니다.

대신에 情을 쌓아 놓는 곳은

넉넉하게 비워 놓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