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갔습니다.
월세는 십오만원이고
전기세만 내고 물세는 안 낸답니다.
지하수라서.
여덟자짜리 장농하고
사백오십터짜리 하얀 냉장고도 이사를 왔습니다.
물론 나의 남편도 같이 왔지요.
와서 보니 우리집 흙이 바로 논배미를 타고 넘어
울타리 없이 넓게 마당이 크는 곳입니다.
고맙지요.
빨래장대가 아주 키가 커
하늘을 콕 찌르고 서 있어
빨래가 아주 잘 마르는 햇빛이
충분히 내리고 있습니다.
조금 있으면 떡집에 갈까
아니면 방앗간에 갈까
시루떡 찌는 냄새를 온 동네에 흐트러지게
펴 발라 옮기고 싶습니다.
이젠 이사를 왔으니 짐을 정리 할 겁니다.
대신에 情을 쌓아 놓는 곳은
넉넉하게 비워 놓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