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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살면 안되겠는지요.


BY 느림보 2006-04-21

아침이 지붕을 받치고 있는 기둥처럼

그냥 있는 것처럼

나도 그냥 아침을 얻은 것이지요.

 

 

아침밥도 먹고

공기도 거저 얻어먹고

숨도 그냥 쉬어지는데.

 

 

내가  당신을 모르는 것처럼

당신 또한  나를 모르는 것처럼

그냥  살면 안되겠는지요.

 

 

늘 모르는 얼굴들이 흐르는 강처럼

천천히 걸어서  걸어서

내 어깨를 그냥 스치고 지나가도

아무렇치 않은 것.

 

 

버스를 타도

지하철을 타도

아직  온도가  재어지지 않아

미지근한 눈빛들을 그냥 스쳐 지나가면

안되겠는지요.

 

 

그렇다고

당신에게 직접적인 고백은 못합니다.

내가 사는 이유는.

 

 

이런것 없이

그냥

아주 잊은 듯이

살면 안되겠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