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비가 내린다.
내가 살아있다.
내 살에 닿는 차가움
채 겨울의 끝자락이 물러서지 못한 이른 새벽
얼굴이 젖었다.
이를 악물며 참아오던 눈물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비에 발맞추어 날 감싼다.
서러웁다.
터질 듯한 가슴이 서러웁다.
내 가슴 아픔으로 물들인 아버지를 버려었다,
그리고
내 가슴 모질도록 멍들게 만든 남편을 버렸었다,
또
내 가슴 찢어놓은 엄마를 버렸었다,
난 또
내 가슴 도려내며 자식을 버렸었다,
가슴 끝이 아프다
토해내고 싶을만치 속이 울렁인다.
살아있음이 나에겐 벌인가보다...
하나님은 지금 내 곁을 지켜주는 한 남자를 통해
나의 눈물을 거두실려고 하는데
내 가슴은 눈물을 지울 수가 없다.
이렇게 아픈 거 알면서도
버릴 수 밖에 없었던 건...
...
그래야 그들이 더 행복할 수 있으니까...
오늘만,
오늘 하루만 날 위해 울고 싶다.
미안해하지 않고,
가슴 아파하지 않고,
그저 이유없이 눈물만 쏟아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