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겨울이지만
이젠 봄이 들어있습니다
푸르고 시린 하늘에도
찬바람에 움추린 산모퉁이에도
가만히 봄이 깃들어 있습니다
쉰 번이 넘는 봄을 맞고
쉰 번이 넘는 봄을 살았고
쉰 번이 넘는 봄을 보았지만
여전히 봄은 새롭고 설래입니다
보드라운 털복숭이 버들강아지
내게 말한마디 건낸적 없지만
왜 이리도 반가운지
혹 당신은 아십니까 ?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는 봄처녀의 속사임 같고
물기를 머금은 희뿌연 봄숲은
뽀얗게 분칠한 봄처녀 얼굴 같습니다
따사로운 봄볕이 내려앉는 산골 바위 위에 앉아
혼자서 반갑게 봄을 맞으며
당신에 봄을 위한 산들바람에
내 온기를 띄워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