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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49

울엄마


BY poem1001 2002-11-26


 Chet Atkins - Vincent 클릭하시면 음악이..♪

울엄마
                 집으로 무언가를 가지러 갔다가
                 저만치에서 
                 탁 탁 하는 소리가 나서 바라보니
                 울엄마 머리에 수건을 쓰시고
                 콩을 터신다
                 회초리로 투정하는 아이
                 아프지 않게 매질하듯
                 콩알이 멀리 튀지 않을 만큼만
                 콩알이 껍질에서 튕겨져 나올 만큼만 
                 탁 탁 콩단을 내리 치신다
                 가을걷이가 한창인 울엄마의 모습은
                 어릴때부터 지금까지
                 늘 저 모습 그대로였던 듯
                 바람에 날린 더부룩한 퍼머머리
                 늘 따뜻하게 입으시라고 해도
                 왠지 허술해 보이는 옷차림
                 멀리서 울엄마 콩 터시는 모습을 보니 
                 정겨워서 웃음이 나온다
                 울엄마 저 콩 털어 뭘 하시려나
                 주말에 사위들 딸들 다 모이면
                 마당에서 콩을 갈아 
                 먹는건 잠깐이고 손만 많이가는
                 두부를 만들어 주시려나
                 아니면 집으로 돌아가려는 자식들 
                 김치랑 배추랑 무우랑 욕심껏 실어주신
                 그 틈으로 
                 까만 비닐봉지에 담은 콩을 더 채워 보내시려나
                 울엄마 콩 터신다
                 생각없이 두드리시는 손길 같지만
                 저 콩 털어 뭘 하실건지
                 벌써부터 정해 놓고 계시다는 걸
                 내가 엄마가 되기전에는 몰랐었지
                 울엄마 콩 터신다
                 바람이 차든 
                 끼니때가 되든 상관없이
                 울엄마 저 콩 다 터실때까지는
                 절대 일어나지 않으실거다
                 탁 탁 탁 탁 
                 울엄마 콩 터신다
                 세월 흘러서 가을이 되도
                 울엄마 콩 터시는 모습 볼 수 없으면
                 나 슬퍼서 어떻게 사나

   
          


    
              
              
             
http://column.daum.net/poem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