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라디오를 타고 흘러나오 길
비나 눈이 올 확률은 30%,
눈보단 비가 올 것같다는 예상을 엎고
몰래 내린 눈 아닌, 약속한 첫눈
만난다면 우산을 펼치고
바람 맞으며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호빵에
보온병에 담긴 커피를 나누며
쌓인 눈을 보면 좋을텐데
(펑펑 눈 쏟아지는 날 전화를 걸고/벗어던진 나무를 닮아/ 숙제 잃어버리고 신나는 아이처럼/쏘다니고 싶어요/걷다가 힘들면 전망 좋은/ 이층 커피 숍에 앉아/외로움이 담긴 목이 긴 유리잔에 대해/톡톡 감각을 자극하며/보고픔에 대해 말하고 싶어요)
-우리네 마저 낭만이 없으면 세상살이 넘 삭막하지 않겠어요
-혹시 첫눈이 오려나?
-혹시 첫눈 오는 날 전화 해주지 않을까?
짤막한 전화 통화만 귓전을 울리고
이명처럼 함박눈이 어지럽게 춤춘다
(봉숭아 물 들인 손톱, 아직 자국이 남아 있나요? 남아 있다면 보고 싶어요, 첫사랑에 대해 말해 볼까요? 남아 있는 그리움을 나눠볼까요?)
김장 배추를 절이다 온 고객이 팬히터 고장을 호소한다
(고장난 마음은 고칠 수 있을까)
가스 캐비넷 히터 주문이다
(얼어버린 마음을 덥혀줄 난로가 있을까)
남편의 전화다. 등기로 붙여달라는 우편물을 뭘로 보내냐구 묻는다. 8일까지만 도착하면 된다고 말한다.
(신춘문예담당자도 우편물 보내는 날, 첫눈이 펑펑 쏟아진걸 알까)
내려 앉네요, 무덤덤한 무덤으로
겁나요, 흔들리지 않는 마음이
-수리 좀 해주세요, 마음이 작동을 안해요, 고장인가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