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놓는다 베어 묶은 벼, 첫 수확도 못하고 주인 떠난 들판에 옷가지 던져주고 넥타이 허리띠 이불 베개 삼켜 재로 날리도록 불 놓는다 종친 회장이며 고향을 지키며 살아온 57년 비마져 눈물처럼 땅을 적시고 하얀 수건 한 장 들길에 깔고 눕는다 들깨 깍지에 남은 향 콩잎 흔들며 스치는 바람 뼈만 앙상한 옥수수 대 비마져 비켜간다 빈손으로 왔다 가는 길 활 활 타는 불꽃에 나그네 뒷 모습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