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원정이란 정자가 있었네
마음이 청청한 사람이면
이곳에서 아름다운 향기를 대할수 있었네
어느날
어진 임금께서 이 정자에서
쉬게 되었네
이때 미풍에 얹혀 슬쩍 지나가는
향기가 있었네
기가 막힌 향기........
임금님은 신하를 불렀네
부근에 피어 있는 여러 꽃을 꺽어 오도록...
향기가 좋은 소문난 꽃들 한가지씩.
모란.난초.양귀비....................
꽃을 하나하나 코에 대어보고는
고개를 저었네.
임금님은 향감별사를 불렀네
그 향기가 어느꽃의 것인지....
그날부로 향원정에 머물렀네
그러나 좀체로 나타나지 않았네
간혹
바람결에 묻어오는 향기....
작약꽃.수선화.찔레꽃의 향기들.
여름철이 지나고......
향감별사는 실망하여 시름없이
기둥에 머리를 기대고 먼 지평선을 바라보았네
처마끝의 풍경처럼 .
떠가는 흰 구름에 마음을 실었네
그 순간
코를 스치는 향기가 있었네
평생 첨 대해보는 아름다운 향기.......
아..
이 향기가 황홀케한 향기로구나
서둘러 바람이 불어오는 서녘을 향해 걸었네
들판을 지나 산자락을 헤매고
강마루를 돌아 마을을 뒤졌네
그러나 찾을수가 없네
하루.이틀.사흘......
해가 저문 저녁때였네
굳이 알아내야 겠다는 욕심을 포기하자
마음이 가벼웠네
정자에 앉아 솔바람이 소소소 지나가자
둥근달이 떠올랐네
저만큼 떨어져 있는 바위로 부터
도란거리는 새소리가 들렸네
`저 작은 새는 이 고요한 달밤 누구와 얘기를 나눌까?'
새가 바라보고 있는곳에
풀 한포기가 비쳤네
그것은 이제껏 헛보고 지냈던 바위틈에
서너 갈래의 풀잎 사이로 고개를 숙이고
숨는 희미한 점이 있었네
이때
먼 하늘 가늘고 맑은
한줄기 바람이 흘러왔네
보라
풀섶 사이에서 작은 꽃이
갸우뚱 고개를 내밀다
들킨 향기들...
그 황홀한 향기.
"그 향기는 화관이 크고 아름다운
꽃들의 것이 아니었네
멀고 귀한 곳에 있는 것도 아니었네
그것은
역경 속에서도 굳세게 살고
자기 빛을 잃지 않은
작은 풀꽃이었네
다만
그 향기는 보는 이의 마음이
청정할때만 제대로 깃들수 있는..
좀체로 만나기 어려울 뿐이라네.
-정채봉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