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없이 살아도
얼굴은 분칠 해 복사꽃 같고
입은 친절해 깃털처럼 부드러우며
몸은 기품이 넘쳐 귀족이라 칭송하나
어찌하랴!
해 비친 날에는 밥 수저 나누는 친구요
먹구름 낀 날에는 곤죽이다
입은 타인의 귀를 즐겁게 하고
선하고 투박한 정이 담겼으나
순식간에
연약한 살 물어뜯고 피멍 들게 하며
육신의 진을 빼더라
인육을 밝히더라
시는 근사한 배경으로
훈장이 되어 칭송 받으나
몸 따로 맘 따로
낮 빛 밤 빛 다른데
어ㆍ쩌ㆍ랴!
껍질만 보고 칭송 받음이
죄지 싶다
삭막한 터에 씨 뿌려
가난하여 고단하나
빛 좋은 꽃이며 열매며 맘에 그득하면
시 없이 살아도
홍조 띤 볼 비비며
꿈이나 엮어 살면
행복하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