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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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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잔


BY 염원정 2000-12-01



--술잔--

                     염원정

 

동반자가 있어도
외로운 술잔
비워지면 비워진 대로
채워지면 채워진 대로
공허한 건 마찬가지

쓰러진 술병 곁에서
취한 입술과 입맞추며
한 세상을 살거나,
축제의 잔으로 던져져
한순간 빛나게 부서지거나
허무한 건 마찬가지

영원히 닫쳐지지 않는 입으로
너는 말할지도 모르지
애당초 내 것이 아니라고
나는 단지 빈 잔으로
주면 주는 대로 받고
비워지면 비워졌을 뿐이라고

그래,
줄 때 거절하지 않고
거둘 때 붙잡지 않는 사랑을 위해
잔을 높이 들고
건배!
자작한 사랑은 던져져
산산이 부서지지만
결국, 이 세상은
이런 저런 사랑에 취해
돌고 도는 것.
알콜 기운
날아갈 때까지만 참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