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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소나기


BY 명길이 2000-11-22

초겨울 싸리눈은
온 대지를 채찍질 했다
경사진 길에도 차별하지 않고
고르게 내려 앉았다
그 길이 투명한 모포처럼 보여
난 그길을 뛰어 올랐다

그 길은 날 안아주지 않고
보기 좋게 밀어내었다
넘어져 깨지고
미끄러져 찢기는 상처투성의 모습으로
주져앉았던
지난 그 겨울을
추억한다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는다고
절망했던 그 겨울을

얼굴은 눈물로 범벅되고
등줄기는 식은땀으로 흠뻑젖던
그래도
몸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 오르던
그 겨울을

하지만 이제는 알겠다
그때
그건
한여름 더위를 잠시
식혀주던 한때 소나기 처럼
인생중에 어찌 할 수 없는
열정의 시기를 식혀주던
젊은 날의
한때 소나기 였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