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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기차를 타고


BY 봄비내린아침 2000-10-26

무작정 기차를
잡았습니다.
서울행티켓을 끊고
종이잔에 가득 커피한잔을
부어쥐고서
기차를 기다립니다.
내가 기다리는 것
기차가 아닐지도 모르지만
오지않을지도 모르는
그 무엇을 나는 어리석게
기다리고 섰습니다.

서울역에 내려서니
대구보다 훨씬
바람이 차고 매섭습니다.
벌써 겨울이 온 것인지..
아니면 내 마음이
얼어버린것인지

가판대에 놓인
책을 두권 샀습니다.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던
아끼는 두권의 책을
바꿔넣어
그곳에 잠시 보관시켰습니다.
내가 서울역에 내려서 한 일이라고는
그것이 전부입니다.
또 한잔의 커피를 마신것외에는..

목적없이 탄 기차였는데
나는 무언가 흔적을 남기고 왔습니다.


수신인은 있지만
어쩌면 그 책은 영영
거기 가판대의 먼지쌓인
책꽂이에서 그렇게 명을 다해버릴지도
모를일입니다.
3-4일내에 찾으러 올께요'라고 했지만
3년이가고 4년이 가도
못 찾을지 모르는 일입니다

인제 욕심내지 않기로
다짐하지만..

너무나 아끼던
두권의 시집을 놓고 오면서
내 맘이 누군가의 맘에 가서
닿아주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나의 시집이
나의 마음이
나의 그리움이
죽지않고 영원히
살아있기를 바랍니다.

나는 지금 부산에 있습니다.
무작정 탄 기차는
서울도 갔다가
다시 부산으로도 옵니다.
그리고 잠시 대전에도 정착했더랬습니다.
대전역에도
나는 한권의 시집을 흘리고 왔습니다.
나의 친구 가을이를 위해서
내게 있는것과 꼭 같은
이 해 인 님 시집을
놓아두고 왔습니다.

돌아가
인제 이 가을방황을
접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