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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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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부재


BY 봄비내린아침 2000-10-13

오랫만에
너무나 오랫만에
전화를 한다
결번을 알리는 섬뜩한 전자음이
나를 절망케 한다
다시 또 한번
꼭 꼭 정성을 다해
버튼을 누른다
나의 무심함을 꾸짖듯
너는 어디에도 없었다

얼마나 오래전 일인지
우리
낙엽지는 거리를 함께 걸었고
다 빠져 나간 교정의 한 구석에서
두다리 쭉펴고 눌러앉아
노을을 애기했었다
변치않을 우정을 다짐했었다


어디에 있는지
사는 건 또 왜 이렇게 바쁘고 힘이든지
아니다
바쁘다기보다
너무 많은것에 집착하고
더 많은 욕심에 지배당하기 때문일거다

늘 낙천적이던 너
피아노 치기를 좋아하고
너무나 약하고 여려서
불쑥 부둥켜안고 울기 잘하던 너
인제 각기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한참만에 우리 만났을때
네 집 한 구석에 정물처럼 앉아있던
피아노가 유독 슬펐었다

내 가진것 모두를 주어도 아깝지않을
그런 너였는데
서른 넷
가을이 슬프고
우리들 나이가 또 슬프다.

깔깔 호호
그 웃음 다시 함께 웃을수만 있따면
너 다시 예전의 그 자리로
돌아만 와 준다면
나 언제든 비오고 바람불어도
너를 기다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