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이름과 사랑
새롭게 태어나던 어느 날 저녁
이어 피어난 아침
햇살에 와르르 무너져 버렸던
작은 城
마치 세상의 처음 같던
어둠의 꿈틀거림이
하얗게 재가 되어 버려
사방 연속 무늬 위에 차곡히 쌓여 내렸지
사각의 벽들이 버티고 서 있는 방안엔
비누 거품의 벽돌들이 난무하고
윙-윙 거리며 울고 있는 형광등, 아니 바람
사랑의 모습이 보이고
사람의 소리를 들었지
빛과 어둠은 한데 어우러져
벽을 칠하고 있었고
머리 속의 영상들은 올 스톱되었지
그리곤,
사랑이 일어나
조용히 방문을 열고 나갔고
정지된 화면 속엔
사람이, 하나의 정물로
남아 있게 되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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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년 10월에 쓴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