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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날 아침에


BY 갈바람 2000-10-04

늦가을날

이른 아침
내가 아직 잠에서 돌아오는
빨간 신호등에 걸려있을 때
당신은 마당을 덮은
빛깔 고운 낙엽들을 쓸어 담고 있다

우리들의 가을이
쓰레기 봉투 속으로 들어간다
거기 하나쯤
지난여름
나무 그늘아래 앉아
도란도란 나누던 이야기들을
우리들의 커피 향을
기억하는 나뭇잎이 있을까?
떠나보내지 않아도 가는 계절처럼
허락도 없이
망각의 숲으로 사라진
옛 이야기들이 문득 그리웠을까?
당신은
안개속을 걸어가듯
가만 가만
마당을 쓴다

저 높은 곳에서
쓰레기 봉투 속으로 자리를 옮긴
나뭇잎들이 바스락 거리며
내 잠을 흔들어 깨운다
우리들이 잊어버린 것들도 저렇듯
외로움에 지쳐울거라고
말간 얼굴로
앉은 마당을 보며
나는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