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입니다.
해가 진 저녁에
열었던 베란다 문을 닫으며
여름내 무성하던 봉숭아 꽃잎이 시들어 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서늘한 바람 한줄기를 등뒤로 맞으며
' 아 가을이구나'
투명한 하늘에 하얀 반달이 걸리었습니다
이제 조금씩 자신을 채워
둥그렇게 가득 찰
추석을 위해
하얀 반달이 저녁하늘에 걸리었습니다.
반달 같은 박 속을 보며
'아 가을이구나'
시장 바닥에 놓여진
조금 덜 여문 것 같은 햇밤의 갈색에서도
나는 가을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다 익지 않은 석류의 푸른 빛에도
가을은 깃들고 있고
밤마다 풀숲에서 열리는
벌레들의 아름다운 향연에도 가을은 있습니다
무엇인가
거두어 들여야 할 것 같은 막연함으로
나의 가을은 시작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