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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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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바람처럼...


BY 한 결 2000-08-31

헌 집이 바람에 쓰러질 듯하다.
허름한 문틈사이로 바람은 사정없이 파고든다.
꽉 닫은 창 탓인가. 마치 깨질듯 요동친다.

나는 창문을 조금 열어두었다.
조금 나아졌다.

헐렁한 내 맘이 흔들린다.
창밖의 바람을 따라 정신없이 흔들린다.
자포자기인가. 한없이 흔들려본다.

아이들의 얼굴을 본다.
해맑게 웃는다.

집도 고치고,
내 맘도 고치고,
고칠것 투성인 내 삶.

네가 일러주렴.
나 정신차리라고.

이 밤에 바람이 무섭다.
남편도 없는 밤에 웬 바람이 이리 부는지.
딱! 이럴 때 남편이 필요한데...

내 남편은 바람도 시원하다고 맥주한 잔 하고 있겠지.
그 바람에 떨고 있는 가족들 몰라라하고.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사람이 되고픈듯.

너도 떨구고 나도 떨구고 멀리 갈까?
세상의 짐보따리 너무 무거워,
나 이제 그만 내려놓고 쉬고 싶다.

저 바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