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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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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저리는 비오는 날의 추억


BY 조정숙 2000-08-24






오늘처럼 밤새 촉촉히 비가 내린 날이면
등교 준비를 하는 내 마음은 한없이 짜증 스러웠다.


버스에서 내려서도
논둑길을 한참을 걸어 가야했던
내 중학 시절....


물이 질퍽 질퍽 들어 오는 운동화의.
밑바닥에 붙은 진흙 만큼이나
무거웠던 내마음


더욱 화가 나는건..
흙길을 걸을 이유가 없었던 읍내의 친구들이
신발장에 가지런히 벗어논
흰장화를 보는것이었다.



반짝 반짝 윤이 나는 흰장화를 발목 까지 올려신고
스커트 자락을 찰랑 거리며
길을 타박타박 걷는 친구들을 볼때마다.
나의 자존심은 여지 없이 구겨 지고 말았다.



하지만 사달라고 조를 용기가 없었다.
당시 우리집은 언니 오빠 ..
네명의 중고생이 있었기에
항상 힘들어 하시는 부모님께.....



그날도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비는 내렸고...
또 버릇처럼 투정 부리느라
도시락을 팽개친채 신발장을 열어보던 나는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수 없었다.
반짝 반짝 하는 흰장화가....
그것도 다른 친구들이 신고 싶어하는
굽이 약간 있는.....



나는 엄마를 얼싸 안았다.
오빠 언니들 버스비 챙기기도 힘드실텐데...
눈물이 보일까봐
장화를 신고 인사도 못한채 뛰어 나왔다.



그 이후로 난 밤마다 비가오기를 기다렸고.
지금도 비만오면
아스팔트위의 찰팍 거리는 빗물을 튕기며 걷기를
참 좋아한다.


그리고
오늘처럼 비가 함초롬이 내린 날이면
마음이 저려오는 내 어린날의 추억을
끄집어 내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