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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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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 하나


BY norway 2000-08-09

출근하면서 지하철에서 이 시를 읽다가,
눈물이 나왔습니다.


신 발

---정채봉


이른 아침에
수술실로 향하는 밀차에 누워
창가에 어른거리는 햇살을 보고 있었다.
곁에는 어린 딸이 어디 소풍이라도 가는 양
졸졸 내 뒤를 따르고 있었다.
내가 금방 수술을 마치고 나와
신발을 찾을 줄 알고
그 단풍잎같은 손에 슬리퍼 한 짝을 들고 있었다
아빠는 한동안 신발을 신을 필요가 없을 거예요
빨리 갖다 두고 와요
나는 여전히 밀차에 누운 채
수술실로 가는 복도 한켠에 잠시 멈추어서서
간호사가 딸에게 하는 말을 들었다
급한 걸음으로 소리를 요란하게 내며
딸이 내 곁을 떠나가자
나는 마음속으로 고요히 되뇌어 보았다
어쩌면
영원히 신발을 신을 수 없게 될지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