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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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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BY 김영숙 2000-08-08













언제였을까?
내 몸 구석구석
작은 틈도 없이
검푸른 돌기를 아름답게 펼쳐
칭칭 동여매는 너는.
나는 아, 비명 한 번
내지르지 못한 채
고꾸라져 나락 속으로
떨어진다.
목숨 같은 건 아니지만
그러나 생그로운 나의 혈액을
골고루 나누어주며
사랑했던 너는
실핏줄 같은 나의
잔 숨마저 짓밟는다.
허망한 세월의 강기슭을
맴돌다 비칠거리며
갈앉고 마는 마른 잎 하나
나는 네게 그뿐인걸...
언제 그런 슬픈 목숨 있었을까?
티끌 같은 남루한 세월이 쌓여
단단한 지평으로 드러눕는 어느 날,
도도한 물이랑 속에
언뜻언뜻 비치는
햇살 찬란히 아름다워
또 누군가 한 사람
강 언저리에 신기루 같은
집을 지을 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