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신 아비 그후 --
큰 고모님 전화를 받았다
날이 가도
진정되지 않고 허전함을 감당키 어렵다시며 우시는데도
살아있겠거니 하세요,
언제라도 내려가면 만나 보겠거니 하세요,
마음 단단히 잡수시고 몸 추스르세요, 한다
마른 눈으로
혼자된 계모는 가슴이 아프다고
몸 추스르기도 힘들다는데
힘차게 살아야 한다 고
이 말 밖에 어쩌겠냐 며
돌아섰던 내다
그때
산소 호흡기 꼽고라도 안 내려갔으면
지금
보기라도 헐 것 아니냐는 큰 누이의 안타까움도
내겐 없다
이리
쉽게 받아들이고
이리
아무렇지 않은 듯 체념하면서
가슴에 박힌 끌텅을 주먹으로 친다
꿈으로 품으셨던 농장 한켠에
가루단지 묻고도
눈 적시지 않았던
매몰찬 년이
나 살 곳 와서 생긴 병인가
잠들려면 가슴이 가렵고
문지르고 문질러 대도 그 가려움이
지쳐 잠들 때 까지
두두리고 후벼파도 가시지 않는다
풀어야 한다고 쥐어뜯다가 어루어 보다가
그렇게 하루
천연덕스럽게 웃고 먹고 이야기하다
혼자다 싶으면
또 난장치는 미친년
당신이 밀어낸 담장 밖에서
내가 걸어나온 이 문 밖에서
기다림으로 한으로 가슴에만 품고
목마름으로 바라만 보던
당신을
아비라 부르는
독기 품은
딸년
결국
이마음이 사랑이라니
그래요
사랑 말입니다
너무도
너무도
사랑했단 말입니다
사랑하고 싶었단 말입니다
사랑할 시간이 있겠거니 했지요
사랑할 시간을 주시겠거니 했지요
정말이지
당신을 용서할 수가 없습니다
-- 아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