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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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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씨


BY 상큼녀 2000-07-12


풀씨


어느 곳이었을까
억새 흐드러진 언덕
쑥부쟁이 올망거리던 산자락
아니면, 비그쳐 논물 빠지던 들길이었을까
저녁 산책길
자욱히 내리는 어스름 속에
내게 온 풀씨 하나


신발 깊은 곳에 움을 틀었다가
어둠에 같혀 잊혀진 기억으로
깊이 깊이 숨어 있다가


어느날 흰눈 내려 성에로 창이
덮히던 날
양말 자락에 붙어 나온
작은 풀씨 하나


변우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