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씨 어느 곳이었을까 억새 흐드러진 언덕 쑥부쟁이 올망거리던 산자락 아니면, 비그쳐 논물 빠지던 들길이었을까 저녁 산책길 자욱히 내리는 어스름 속에 내게 온 풀씨 하나 신발 깊은 곳에 움을 틀었다가 어둠에 같혀 잊혀진 기억으로 깊이 깊이 숨어 있다가 어느날 흰눈 내려 성에로 창이 덮히던 날 양말 자락에 붙어 나온 작은 풀씨 하나 변우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