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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떠밀려가는 저 뒷모습에서


BY 박현식 2000-07-03

등 떠밀려가는 저 뒷모습에서



서른해 넘게 한곳에서 공무원이라는 꼬리표 달고 다니다
그 꼬리 내려 놓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십대 초반 젊디 젊은날
대학이라는곳을 포기하거나 꿈조차 꿀수 없었던 형편
달리 택할 직장조차 흔치 않던 시절
어쩔수 없어 공직의 길을 밟은 사람들



사회적 규범조차 나라가 지배하려던 시절
삶이 여유롭지 못했던 시절



그들은 일선에서 몸 부대껴가며
나라가 이루고자 하는 일에 헌신 했었고
그것으로 하여 성취감을 느끼고 보람도 긍지도 가졌으리라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땀흘려 일할적에
몇몇의 흐트러진 몸가짐으로 그들조차 오욕받았어도
아무런 항변없이 주어진 것에 일벌같이 살아냈지



위사람에게 또 상부기관으로부터 질책은 그 얼마나 받았을까
주민들로부터 원성은 또 얼마나 받았을까



새마을 깃발아래
초가지붕 걷어 낸 일
마을안길 고치고 넓힌 일
식량증산 한다고
통일벼 보급하고 보온 못자리 만들어준 일들



새로운 정부시책 알리고 설득 하는것에 늦도록 궁리를 해야 했고
주민들의 생각을 통합 시키는 것에 무엇보다 어려워 했으리라
부작용 생겨나면 그것 또한 치유 해 가면서



주어진 일들에 사로잡혀
때론 밤을 지세우기도 수 없었을 테며
자신 돌볼 겨를조차 얻지 못했었지
휴일은 예사롭게 잊어 지냈고



지아비의 사랑은 언제 내 보였을까
아비노릇은 또 무엇으로 했을까



앞만 보며 달려온 외길
동료들과의 경쟁에서 이겨 승진이라도 한 자는
보상이라도 되었으리라 만은


그나마도 이루지 못한 자들은 그 초라함을 어찌 이겨 냈을까
스스로에게 수 없는 채찍을 가했겠지



그들은 歸去來를 잊고 예 까지 왔으리라
떠날 시간 셈 않으면서
아직 일할 기운 남아있어도
그들은 어쩌지 못하고
우리들에게 등 떠밀려
길 떠나야 했다


명퇴라는 이름으로



서러움 온몸에 빼여 들어도 그들은 말없었다
아무말 없었다
등 떠미는 우리를 원망도 않았다
그것에 익숙해 살았기에



남은 우리들은 빈 그들의 자리가 내 자리인냥
그들의 서러움 채 사라지기도 전에
벌써 아귀 다툼을 벌린다



또 언젠가는 우린 누군가를 천길 낭떠러지로 등 떠밀어 내야하리라



두해 전에 찾아온 나라의 불행에
내 탓이라 말할 사람 아무도 나서질 않고
얼굴없는 모두의 책임으로 되돌리고 만 그 끝자락


천길 낭떠러지에 등 떠밀여 내려 닿는 저들에게
누가 있어 그 서러움
내 아픔같이 느낄까



쉬 잊고마는 못된 습성은 어느새 일으나
닷세 쯤이면 그들의 그림자조차 잊고 말겠지



어느 선배님의 歸去來辭를 듣는다



『언젠가는 떠나야 할 줄 알았지만 아무런 준비 없이 이렇게 오늘 그 퇴임을 맞으니 여러분들께 죄송한 마음 그지 없습니다........중략』



무엇이 그를 죄송케 한단 말인가?
등 떠밀기 전에 스스로 몸 일으키지 못했음에 그럴까?
감당하지 못할 자신과
미련을 감추기 위함 이였을까?
그만이 알수 있겠지



저들을 본 난
떠밀리지 않고 스스로 이곳 홀연히 떠날 수 있을까
내게 길게 묻는다



유월 스무 아흐렛날



명예 퇴임하시는 어느 선배님의 歸去來辭와 떠나는 그분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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