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 제
어떤 사람이
신문 갈피에 위장전입하는 광고지들을 골라내
찢거나 오리거나 조각조각내 다른 얘기를 했다.
얼핏얼핏 보이는 먹거리들, 잘 꾸며진 집의 일부,
여자의 얼굴들, 무슨무슨 선전, 외침, 주장들로
다른 집, 독수리, 하늘...하여간에 전시회를 했다.
시도 때도 없이 시선을 붙잡으려 묘하게 웃음짓고
파고들고 흔들어 대는 요구들,
그 뻔뻔스러운 침입.
오세요 70%세일입니다. 놀다 가세요 단돈 만원.
완벽한 문장이다.
나도 가위를 든다.
찢거나 오리거나 조각조각내 만든 내 얘기는
그러나 낯익은 얼굴이다.
아니 채 얘기가 되기도 전에 살아나는
터미네이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