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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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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BY 신정숙 2000-05-30

아버지

신 정숙


미명이 채 가시기도 전
남루한 작업복
옥죄는 연장 가방에 한쪽 어깨가 기울고
언땅 낮게 낮게 디디고 선
나의 아버지
뻣뻣해진 심장의 무심한 박동수는
늘 강 너머 을숙도의
철새 무리속에 당신을 몰아내고
비늘고사리처럼 무심한 입술끝엔
모싯대같은 어머니만 나붓거린
부끄러운 사랑에도
500원짜리 붉은 카네이션조차
돌가루 먼지로 하얗게 색바랜
작업복 귀퉁이 어데고 꽂지 못한채
금빛여울같은 웃음 허허 웃으셨다.

허물,
먼지뭉치같이 어린 인간이
구불구불한 허물을 벗는다.

비로소 뻣뻣하던 심장이 언 몸을 녹이고
허허로운 광야에
쇠만 들어있는 당신의 연장가방
어느 곳에서 균열이 일어나고 있을
낡은 당신의 운동화가
우리의 허영심을 지켜준
울타리 였음을
깨닫지 못한 이기심,
그게 부끄러워.

내 육신 어느곳
조각난 뼛가루까지 모아
당신의 구멍난 삶의 치욕들
매끈하게
메꿀수만 있다면...
아,
목메어 외쳐보는
외람된 진실들.


[은사시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