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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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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판에서


BY 상큼녀 2000-05-25




들판에서

바람이거나 바람 어기는
나무이고 싶다
추적이는 봄비로 뽑혀 나는
버드나무 뿌리
그 시려운 날은 없다
바람이 없는 들녘에서도
스스로 잡목의 배면을 뒤집는
바람이 되어
들녘의 가운데 서고 싶다
풀들이 고개 숙여 경배하는
나무이고 싶다
방풍림이고 싶다
파도와 바람에 깍인 해수암의 깊은 내면
바람에 섰으되
깍인 것은 버려야만 했던 것
힘살에 불거져 나온 보랏빛 굵은 핏줄로
의연히 서 있는 채석강을 본다
바람을 만들거나
바람을 쉬이는 곳
바람을 맞으며 강건해지는 바위를 본다

변우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