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떠난 숨겨진 자리에
오만하고 튼튼한 성을 쌓아서
수녀 얼굴을 한
창부 하나와
동방박사 변장을 기막히게 잘하는
사기꾼 하나와
순진한 눈동자를 가진
강도 하나 불러 들이고
그들을 지키는 병사가 되는 거야.
십자가 짊어진 선량한 사나이 있어
언젠가 성을 찾아와
목이 마르다 하거든
말 줄임표와 바닷물 한 잔 주어
쫓아 보내고
길을 잃은 가난한 소년이
성을 찾아와
쉴 자리 구하거든
마침표와 칼 한 자루 주어
돌려보내야 해.
바람이 흐르는 거리 만큼 강물도 깊고
겨울 밤 두께 만큼 달도 밝은데
봄 하나, 봄 둘의 그림자 지기도 전에
저만치 다가오는 봄 셋이 수줍어
성은 날로날로 어른이 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