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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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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떠나며...


BY 이윤이 2000-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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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떠나며...





어둠을 어둠으로 보지 못하고

어둠에 취해 비틀거리는 서울

경직된 다리의 힘줄이 꼿꼿이 세워진 채

서울은 끈끈한 손으로

지하철을 잡는다



도둑놈 그림자처럼

기어다니는 수 많은 눈초리

핏줄이 응결된 눈동자들

목마름조차 절약해버려

대꼬챙이처럼 자라는

나의 애인 서울



나는 스믈 두해를 애인의 몸 안에서

애인의 신음을 알지 못했다



기차에 몸을 실고

점점 작아져 가는 애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스믈 두해동안 마음에 스민

애인의 체취는

겨울 긴 바람에도 쉽게 씻길 수 없는

것 임을 안다

어느 날인가 다시

애인의 모습을 보기 위하여

상행 열차를 탈 것이고

애인의 주머니에 가득 찬

어둠 속에 버려진 사랑들을 주울 것이고

지난 날

내가 버렸고

애인이 동조한

꼬깃 꼬깃 접혀진 채

먼지옷으로 두텁게 씌어 진

나의 사랑을 만나러 갈 것이다


`83.11.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