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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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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그랬었어.


BY 혜랑 2000-05-09

그때는 그랬었어

1993년 5월 9일 비가 내리는 오후
그때는 그랬었어
오늘은 바람이 불고.

침울한 날 위해 온갖 재롱 다부리고
그때는 그랬었어
오늘은 피곤함과의 전쟁을 치루고.

햇빛좋은 날 온 산을 헤매이고
그때는 그랬었어
오늘은 테레비를 가슴에 안고서.

계란후라이로 날 배부르게 만들고
그때는 그랬었어
오늘은 밥도 안준다며 입이 피노키오 코처럼 나오고.

공부하는 날 보며 흐뭇해하며
그때는 그랬었어
오늘은 맨날 책만 보고 자기를 안봐준다고.

화장안 해도 이쁘다며 뽀뽀를 일삼고
그때는 그랬었어
오늘은 주름살 늘어져 내리니 화장하라고.

소주잔 높이 들어 러브샷을 외치고
그때는 그랬었어
오늘은 원샷도 다행이라고.

우리집 말뚝만 봐도 절하고
그때는 그랬었어
오늘은 너네집이 어디냐고.

안면근육 늘 함박웃음 달고
그때는 그랬었어
오늘은 쭈그랑탱 안면근육 실룩거리고.

한없이 너른 가슴으로 날 안아주고
그때는 그랬었어
오늘은 장작개비 가슴을 방바닥에 접착하고.

하지만 표현 약한 남자라
그러려니
마음은 한결같이 날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너에 나이기에, 나에 너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