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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지매 촬영장과 함께한 제천 청풍 문화재 단지 여행기


BY 타비 2010-07-12

지난 목요일, 제천 청풍 문화재 단지에 다녀왔습니다. 머리나 조금 식힐까 싶어서 내려갔는데, 하필이면 비가 와서... 조금 특이했던 여행이 되어 버렸네요. 사실 제천은 제게 그리 멀리 느껴지는 곳은 아닙니다. 예전부터 블로그에 들려주셨던 분들은 아시겠지만, 어린 시절 1년 정도 살았던 곳이라서... (동명 초등학교 다녔습니다.)
 
하루 여행 코스로 제천을 잡았던 이유는 두가지. 하나는 4월부터 내려가는 시간이 2시간 정도로 단축되었단 이야기 때문이었고, 다른 하나는 모-님이 청풍 문화재 단지에서 먹었다고 올린 송어회 사진..때문에. (콩가루와 야채에 먹는 귤빛 송어회 사진이 지금도 눈에 아른거립니다..)
 

▲ 청풍 문화재 단지 입구에서 내려다본 청풍호 풍경
 
기차는 청량리역에서 탔습니다. 한 시간 정도 간격으로 있는 것 같더군요. 제가 탄 것은 무궁화호 12:10차. 가는 길에 오즈 코레일 앱으로 예약하고 바로타니, 뭔가 황당하게 편리했던...-_-;; (집(개봉역)에서 11시에 출발해 놓고, 청량리에서 12시 10분차를 바로 타고 내려갔네요.) 기차값은 8900원.

제천역에 도착한 시간은 2시10분경. 그런데, 내려갈때부터 조금씩 내리던 비가 제천역에 도착할 때쯤 되니, 꽤 굵어져 있더군요. -_-;; 역사내 편의점에서 우산을 사고, 청풍 문화재 단지 가는 길을 물어 버스를 타러 갔습니다. (역사에서 나와 왼쪽 길로 50m 정도 나와서 길을 건너면, 청풍 문화재 단지로 가는 허름한 버스 정류장이 하나 있습니다.) ...그런데 버스가 안오네요? (응?)
 
40분 정도 기다려도 한 대도 안오길래, 할 수 없이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탔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1시간에 한대씩 오더군요. 19km정도 택시타고 갔는데, 택시비는 25000원...-_-;; 땅을 치고 후회했습니다. (이때 택시 기사 아저씨에게 들은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할께요. 무서운 아저씨였다는..)
 

▲ 청풍 문화재 단지 입구, 팔영루
 

▲ 문화재 단지 지도
 

▲ 문을 지키는 마네킹 수문장 아저씨 얼굴에서도 빗물이 뚝뚝
 
비가 와서 사람들 없을 줄 알았는데, 은근히 수학여행(?) 온 학생들이 있더군요. 학생들과 함께 입장하게 되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이것저것 설명도 듣고, 조금 왁작지껄 스러운 분위기에서 둘러보게 되었습니다. 입장료는 3천원.
 
원래 이 곳은 낮은 강이 있던 산악지형이었는데, 충주댐 건설과 더불어 수몰되면서, 그 수몰지역 유적(?)들을 가지고 와서 보존, 관람하게 만든 곳이더군요. 예전에 수몰 지역 실향민들에 대한 연극을 본 적이 있어서, 덕분에 유적들 돌아보면서 뭔가 마음이 찌릿-했습니다.
 
...역사야 그저 수몰지역이었다-라고 말하겠지만, 그 옆에서 살고 있던 사람들, 온전하던 공동체가 순식간에 부서졌던, 그래서 도시로 쫓겨났던 사람들 마음이야... 누가 알아줄까요. 이젠 그나마도 잊혀져가고 있지만.
 

▲ 단지 안에는 여러 채의 옛 집들이 보존되어 있습니다.
 

▲ 옛날 한옥들의 모습
 

▲ 예전 한옥집엔, 이렇게 사방에 작은 마루들이 있었습니다. 참, 좋아했었어요.
 

▲ 마당 장독대에 있는 장독들
 
옛날 집들을 둘러보고 나서니, 갑자기 왠 비석들과 돌들이 있는 것이 보입니다. 알고보니 고인돌이라네요. 생각보다 굉장히 작아 보였는데.. 아무튼 고인돌이라니 고인돌....;; 그냥 돌처럼 생겨서, 옛 사람들도 그냥 돌처럼 여기고 보존...되었던 것 같아요. 그 가운데 가운데에 있었던 것이, 하늘 별자리가 새겨진 고인돌
 

▲ 가운데 하늘 별자리가 새겨진 고인돌.
     지금은 북극성과 큰곰자리만 보인다고 하네요.
 

▲ 고인돌과 석비들을 지키고 있던 석상.
 
고인돌이 있는 지역을 지나서 조금더 올라가니, 무슨 큰 건물...;; 이 보이고, 학생들이 몰려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뭐하는 건가-해서 가만히 보니, 사또가 재판하는 풍경을 재현해 놓았더군요.
 

▲ 뭔가 큰집...-_-;; 응정각이던가.. 자세히 안보고 지나쳤네요
 

▲ 학생들이 모여있기에 가보니
 

▲ 사또가 이 비오는 날 재판을 하고 있었습니다..
 
별 걸 다 만들어놨구나..하는 생각에 피식 웃으며 걸어가는데, 이제 슬슬 길이 오르막이 되기 시작합니다. 오르막길에 막 접어들려는 찰나, 저쪽에서 뭔가, 이상하게 생긴 나무가 한그루 보입니다. 가보니 연리지-라고 하네요. 다른 두 나무가 합쳐져, 하나의 몸이 되버린 나무.
 

▲ 연리지, 둘이었다가 하나가 된 나무
 

▲ 연리지 앞쪽에 있던 돌탑.
     우리네는 뭐 그리 소원 빌일이 많은지, 어딜가나 이렇게 돌탑을 볼 수 있네요..
 
연리지를 지나 망월 산성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으흠, 은근히 가파르네요. 망월산성에 가서 살펴보니, 대체 여길 어떤 -_-;; 적병들이 처들어 올 수 있었을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망월 산성 자체도 굉장히 비좁지만, 수몰되기 전에는 진짜 꼭대기에 달랑있는 산성이었을텐데요...
 
하긴, 이 정도 규모면 전투-용이라기 보다는, 관측용 기지-에 가까웠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주변 일대가 쫙 내려다 보이는 것이, 꽤 시원하게 보이더군요. -_-;
 

▲ 망월 산성에서 내려다본 청풍 문화재 단지
 

▲ 망월 산성에서 내려다 보이는 청풍호 풍경(아이폰 파노라마 사진)
 
망월 산성에서 내려오는데, 여기저기 나무들이 보입니다. 다음주에 왔으면 참 좋아겠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이 꽃망울들이 다 꽃을 터틀릴때 왔다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생각. 그땐 출사를 나와도 참 좋았을텐데..
 

▲ 청풍 향교 앞에서 필 준비를 하는 개나리들
 

▲ 목련도 조금 있으면 필 것 같아요.
 
아직 개방이 안된 청풍 향교를 지나서 내려가는데, 뭔가 낯 익은 모습이 보입니다. 맞다, 여기 SBS 촬영장 셋트가 있다고 했었죠. 보니 일지매-를 찍었던 곳인가 봅니다. 그런데, 여기 솔직히 별 기대는 안했는데.. 비 오는 날 혼자 있어서 그랬을까요? 대박이었습니다. -_-;
 
개인적으론 보존된 집들보다 이 곳의 분위기가 훨씬 더 끌렸어요. 아마도, 비오는 날의 분위기와, 조금 부서진 셋트장의 풍경이 기묘하게 맞아떨어져서 이렇게 된 것 같지만... 정말 모델(?)할 친구 데려와서 사진 찍었다면 대박이었겠다-라는 느낌.
 

▲ 촬영장 입구 모습
 

 



 

 

▲ 묘하게 을씨년스러우면서도 정겨웠던 셋트장의 모습
 
일지매의 셋트는 꽤 묘합니다. 한국이면서도 한국 아닌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한국도 중국도 일본도 아닌, 뭔가 묘한 판타지적인 모습. 물론, 그것이 바로 드라마 셋트...이긴 하겠지만요. 이런 작은 동네 하나 만들어서, 사람들이랑 살면 좋겠다-라는 느낌.

지금 당장 일지매가 나와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실사판을 찍어도, 패왕별희를 찍어도 대충 어울릴 것만 같은 그런 모습. 다만 보수가 뭔가 잘 안되고 있는 느낌이긴 했지만...ㅜㅜ
 

▲ 일지매 공원에 있는 포토존
 

▲ 유일하게 꽃 핀 녀석이 있어서 신기해 했더니 알고보니 조화였다는...-_-;
 
▲ 일지매 기념관도 자그맣게 있습니다. 그 위엔 일지매 마네킹도...
 

▲ 어떤 집 벽에 붙어 있던 일지매 그림
 

▲ 현상금 안내문(?)도 그대로 붙어있더군요.
 
그리고 이 마을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바로 수상 마을..이었습니다. 비와서 그런지 몰라도, 분위기가 진짜 묘하게 맞아떨어져서... 지금이라도 이곳에 물을 채우고, 배가 들어오고, 술을 마시고, 사람들이 튀어나와 시끄럽게 떠드면서 축제라도 벌일 것 같은낌.

이런건 제대로 개보수해서 테마파크처럼 만들어도 좋을텐데요...ㅜㅜ
 

 

 
그리고... 오후 5시경, 청풍 문화재 단지를 빠져나왔습니다. 대충 2시간 정도 머물렀던 것 같네요. SBS 촬영단지쪽에 식사-하는 음식점들이 있기에, 밥 먹으려고 나온 거였는데.. 막상 식사는 못했습니다. 송어회를 먹고 싶었는데, 의외로 고깃집이 많았고.. 무엇보다 구경하면서 바지가 흠뻑 젖었는데, 죄다 신발 벗고 들어가야 하는 음식점들이라서... 차마 미안해서 못들어가겠더군요. ㅜㅜ

...버스를 기다리니, 한 시간 -_-이 지나자 한대가 옵니다. 요금은 1100원. .. 아 놔 대체 아까 왜 택시타고 온거야..OTZ

버스 시간은 일정한 편은 아닌데, 청풍 문화재 단지 바로 앞에서 타실 경우 버스 시간표가 표시되어 있으니, 참고하세요. 제가 찍어온 시간표는 아래와 같습니다. 문의는 제천 646-2955 ... 아 놔 진짜 비맞으며(?) 버스 기다리다 죽는 줄 알았다니까요...ㅜㅜ 배고프죠, 몸은 피곤하죠, 송어회의 꿈은 저 멀리 사라졌죠, 비는 추적추적 내리죠, 앉을 곳은 없죠, 카메라는 무겁죠, 버스는 안오죠...ㅜㅜ
 


한 시간 동안 기다리다 30분 정도 버스타고 들어오니(버스나 택시나 걸리는 시간은 비슷합니다.) 6시40분 정도. 7시 40분 청량리 가는 표를 끊고, 역전 시장에서 호떡과 오뎅을 먹으면서 좀 배를 채웠습니다. 싸더군요. 호떡 하나, 오뎅 2개에 딱 천원...-_-;; 서울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가격.

기차가 조금 연착해서 10시쯤에 청량리 도착. 청량리 역에서 설렁탕 한그릇 먹고 지하철타고 집에 들어오니 11시... 딱 12시간 걸린 여행이었네요. 뭐, 비만 빼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버스를 좀 오래 기다린 것..은 있었지만... 어차피 머리 식히러 내려간 것이었으니...

꽃피는 때가 오면, 근처에 사시는 분들 출사하러 한번 내려가보셔도 괜찮을 것 같았습니다. 다른 곳만큼 번잡하지도 않을 것 같아서요. ...하지만 다음부턴, 꼭 버스 시간...확인하고 내려갈 거라구요...-_-;;